"잘 가이소, 통일되면 또 만납시다." "다시 올겁네다. 약속합네다. "정든 연인의 이별도 이보다 더 아련하지는 않았으리라. 부산 아시안게임의 '꽃'으로 화제를 모은 북한 여성응원단 환송식이 열린 15일 부산 다대포항 부둣가는 석별의 아쉬움과 통일에의 결의가 넘실댄 화합의 한마당이었다.
낮 12시 리명원 단장을 비롯한 북 한 응원단과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등 부산시 관계자 및 남측 환송객 등 1,100여명으로 참석자를 제한한 가운데 부두에서 시작된 환송식은 처음 시작때만 해도 딱딱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한 목소리로 외쳤던 환호성으로 허물어뜨린 벽 위에 평화와 통일의 나무를 심자"는 안 시장의 환송사에 리 단장은 "가슴과 가슴으로 오가는 화합과 대단결을 이어가면 통일은 곧 성취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곧바로 조선8도를 상징하는 '부산시민은 통일을 염원합니다'라고 쓰여진 대형 황색고무풍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12시40분께 환송식이 끝나고 북한 응원단의 승선이 시작되자 "다시 만나자"는 다짐 소리와 남과 북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이별의 흐느낌으로 다대포항은 출렁이기 시작했다.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다"라는 연호가 줄을 이었고 곳곳에서 흐느낌이 잇달았다. 한 30대 남측 환송객은 "울지 마이소, 곧 다시 만날날이 올 겁니다"며 눈물을 닦아주다 와락 부둥켜안고 함께 오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마침내 오후 1시 정각 긴 기적을 울리며 만경봉호가 출항하자 경찰통제선 밖 둔치에 모인 1만여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통제선을 뚫고 부둣가 철조망까지 몰려갔다. 시민들은 만경봉호가 아스라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잘 가이소" "통∼일조국"등을 외치며 손을 흔들었고 북한 응원단도 뱃전에 몰려나와 연신 손수건을 흔들며 화답했다. 한 실향민은 "이게 처음이 될 지, 끝이 될 지…이제 못 오면 어쩌나"하며 부둣가에 주저 앉았다.
경기장 곳곳마다 소박한 자태와 꾸밈없는 행동으로 인기를 모은 북한 응원단을 태운 만경봉호는 남녘 환송객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출항 30여분만에 오륙도 너머 수평선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부산=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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