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책이 정부의 편의에 따라 무원칙하게 적용되는 사례가 속출, 부작용과 혼선을 낳고 있다. 세제(稅制)가 경기 조절이나 특정 정책의 수단으로 전락, 누구나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15일 재정경제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10·11 부동산대책'에서 시가 6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과 투기 지역 내 모든 주택에 대해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중과키로 한 조치에 대해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투기와 무관한 1가구1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물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소득세법 시행령에 투기지역과 고가주택 시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 부동산 시세에 따라 수시로 대상이 변하고, 잦은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나성린(羅城麟·경제학과) 교수는 "세제가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춤추며 아무런 원칙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전국적으로 과표를 시가에 근접하게 현실화하고 세율을 낮추되 재산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의 '무쏘스포츠' 논란 역시 무원칙한 잣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가 '무쏘스포츠'를 특별소비세가 부과되는 승용차로 분류한 근거는 "형태 등으로 볼 때 화물보다는 사람을 실어 나르는데 더 적합하게 제작된 차량"이라는 것.
자동차관리법과 특소세법이 각각 '화물을 실어 나르는데 적합' '사람을 실어 나르는데 적합'이라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규정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경부 홈페이지에는 차량 구입자들의 항의성 글이 빗발치고 있고, 유사한 형태의 수입차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형평성 시비가 제기되는 등 논란의 불씨를 남겨놓게 됐다.
14일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증권거래세 비과세 결정도 일반 주식 종목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는 수익증권에 가깝기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비과세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거래비용을 낮춰 주식시장을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특소세법이나 증권투자신탁업법 등 법 규정을 명확히 하는 근원적 처방 없이 사안 별로 편의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형평성 시비만 자꾸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