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폭탄 테러는 차세대 테러 개막의 신호탄인가.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를 계기로 알 카에다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테러 세력들이 이전의 테러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도와 목표물을 설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테러 표적의 소프트화
세계적인 휴양지의 나이트 클럽에서 일어난 테러는 이제 테러의 표적이 대사관, 군기지 등 정치적 상징물에서 생활 주변의 장소로 연성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파이낸셜 타임스, AP 통신 등 외신들이 15일 보도했다.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정부청사 등 공공건물의 경비가 강화되자 테러범들이 접근이 용이한 '가벼운' 장소로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발리 사건 직후 여행안내문에서 "미국인들이 즐겨 찾거나 모이는 클럽, 식당, 교회, 학교, 여가 활동 등이 테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매튜 레빗은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춤과 음주와 같은 신성모독적인 하위 문화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제 테러 조직은 민족해방 같은 전통적인 정치적 의도보다 사회문화적 기반 파괴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러범들이 상대적으로 경비가 허술한 서구의 문화, 종교, 혹은 권력을 상징하는 장소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여러 차례 감지됐다. 2000년 12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성탄절 시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기독교 문화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4월 튀니지의 유대교 사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일상화한 이스라엘 내 테러는 일반 주택가를 비롯해 결혼식장, 식당, 커피숍 등에서 빈발하고 있다. 테러로 유력시되는 6일 예멘의 프랑스 유조선 폭발 사고 역시 전함 대신 일반 상선을 택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목적은 경제적 충격
차세대 테러가 노리는 또 하나의 목표는 경제적 충격이다.
발리 사태 이후 국내총생산의 4%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 관광산업을 비롯한 동남아 관광 시장은 크게 위축될 상황에 처했다. 미주와 유럽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발리 관광 상품을 전면 취소한 가운데 유럽 증시에 상장된 항공사와 여행사의 주가는 급락했다.
세계 여행관광협의회(WTTC)에 따르면 전세계 관광산업 규모는 4조 2,110억 달러로 세계 경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시일 내에 유사한 테러가 인도네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발생할 경우, 관광산업 마비 상태는 동남아에서 호주를 거쳐 유럽과 미국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예멘의 유조선 폭발 사고처럼 석유생산 및 운송 시설에 대한 테러가 잇따를 경우, 테러로 인한 오일 쇼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테러가 아직 거시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는 요소는 아니지만 이미 주식과 석유시장은 물론 투자자와 금융 당국자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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