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학(田溶鶴) 이완구(李完九) 두 의원의 한나라당 전격 입당을 계기로 정국의 흐름이 급 물살을 타기 시작하자 민주당 내부도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비노(非盧)·반노(反노) 세력으로 구성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는 자중지란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때를 놓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즉각 전열 재정비에 돌입, 집단 탈당을 위한 세 규합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측은 '철새'들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책과 노선으로 승부하겠다며 신발 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 매고 있다. 내부 결속 보다는 당 내분이 더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집단 탈당 규모 및 시기
15일 긴급 소집된 운영위원회의에서 김원길(金元吉) 최명헌(崔明憲) 공동회장 체제를 갖춘 후단협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집단 탈당,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과 대등한 입장에서 통합 협상을 벌인다는 행동 계획을 수립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명헌 김원길 공동회장외에 김기재(金杞載) 박상규(朴尙奎) 김명섭(金明燮) 이윤수(李允洙) 박종우(朴宗雨) 장성원(張誠源) 박병석(朴炳錫) 설송웅 송영진(宋榮珍) 유재규(柳在珪) 이희규(李熙圭) 김덕배(金德培) 김경천(金敬天) 정철기(鄭哲基) 박상희(朴相熙) 의원 등이 참석했다. 후단협은 이날 가급적 개별 행동은 자제한다는 데에도 의견 접근을 이뤄 독자 탈당이 거론되던 강성구(姜成求) 곽치영(郭治榮) 의원 등도 보다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집단 탈당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탈당 시기에 대해 내부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고 전국구 의원의 탈당은 의원직 상실로 이어진다는 사정 때문이다. 따라서 일시 집단탈당보다는 단계적 탈당의 가능성이 더 크다. 후단협으로서는 또 일부 수도권 및 충청권 의원들이 한나라당으로 추가 이탈할 가능성을 막는 것도 급선무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장성원 의원은 "후단협 소속 의원들로부터 탈당계를 받는 방식으로 행동통일이 가능하다"고 말해 이번 주에 집중적으로 탈당 의사 확인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이르면 주내에, 늦어도 내주 중에 1차 탈당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모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명 선을 돌파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김원길 공동회장은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으나 10명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원외위원장들의 경우도 7명이 15일 민주당을 탈당, 정 의원 캠프 합류를 선언했으나 '선 협상, 후 통합'을 주장하는 원내와는 노선이 달라 원외위원장들의 추가 탈당이 어떤 모양새를 취할 지 관심이다.
■노 후보측 대응 및 변수
노 후보측의 입장은 더욱 더 단호해 지고 있다. 최근 노 후보 진영 내에서 당 내분 수습을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강경기조에 조기 진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언급하는 순간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 후보 선대위 조직본부장인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이날 "탈당 등으로 인한 사고당부를 정리하고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 오늘부터 지방에 파견근무를 시킬 것"이라고 말해 탈당을 전제로 한 당 정비 계획이 이미 진행중임을 분명히 했다.
노 후보측은 "더 이상 밀리지 않고 국민적 명분을 갖고 앞만 보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기엔 노 후보에게 시간을 주자는 중립지대 인사들의 선택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쇄신 연대, 새벽 21, 재야출신 모임 등과 함께 그 동안 중립적 입장을 보여온 김민석(金民錫) 전 의원이 이날 개인 성명을 통해 노 후보에게 후보단일화 가능성을 열어 둘 것을 촉구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