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가능성 보고의 묵살의혹에 대한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는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어 무책임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문제가 된 6월13일의 첩보내용은 이례적이지만 결정적 도발징후는 아니었고, 김동신 전 국방장관은 명시적으로 삭제지시를 하지 않았으며, 한철용 소장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는 게 발표내용의 골자다. 얼핏 들으면 이번 사건은 별것 아닌 일 가지고 한 소장이 떠든 격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발표문에는 김 전 장관의 삭제지시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이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으면 '묵시적으로는 지시했다'는 긍정이 된다. 또한 국방부 관계자들의 설명에 의하면, 정책사안과는 달리 정보보고에 대해 장관이 되돌려 보낼 수 없으며, 외국의 경우에도 통상 정보보고는 여러 가능성을 담게 마련이고 이를 하나로 단순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 전 장관의 평소 언행과 행태로 미루어 그가 비록 '삭제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보고서를 되돌려 보낸 것만으로 사실상 삭제지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묵살의혹'은 사실인 셈이다.
김 전 장관을 비롯, 이번 일에 관련된 사람들의 책임추궁은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군의 혼란과 난맥상을 바로 잡고 무너진 정보체계를 재정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임명직인 국방장관이 안보에 관한 사안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강요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군 내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언론에 대서특필된 다음에야 부랴부랴 특별조사에 나선 것도 한심하다. 군이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누가 해야 한다는 말인가. 또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부적절한 군인사에 얽힌 불만이 개입돼 있다는 말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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