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9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발리 테러로 미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 3국의 관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은 대 테러전의 명분을 재충전한 미국과 최대의 사상자가 발생한 호주가 손잡고 국내 과격 이슬람 단체들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인도네시아를 옥죄는 모양새이다.대 테러전 및 이라크 침공에 무조건적인 지지와 병력 지원을 약속한 호주와 미국의 관계는 역사상 가장 공고하다. 반면 1999년 동티모르 유혈사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 호주 등과 군사 관계를 중단한 인도네시아는 9·11 테러 이후 알 카에다의 본거지로 지목되면서 양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했다. 특히 지난해 싱가포르 주재 자국 대사관에 대한 테러를 시도한 제마 이슬라미야(JI) 지도자들을 처벌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불만을 품어 온 호주는 이번 사건을 응징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계산은 보다 복잡하다. 호주, 영국 등 서방과 협력을 강화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테러 단체 색출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는 한편 부채 탕감, 재정 지원 등 당근책도 고려 중이다. 국내 정치·군사적 기반이 취약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보호막을 마련해 줌으로써 대 테러전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온 인도네시아로 테러 전선을 확대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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