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충청권 의원 영입 전략이 노골화, 자민련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지만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전날 이완구(李完九) 의원의 탈당에 침묵을 지키던 JP는 15일 자민련 이재선(李在善) 의원 후원회에 참석,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해바라기처럼 간단하게 고개를 돌리 고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JP는 그러나 "우리 정치가 불안정한 탓이니 한탄하진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을 뿐 이 의원이나 한나라당을 전혀 비난하지 않았다. 몇 달 전 함석재(咸錫宰) 의원과 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가 탈당했을 당시 '정치 철새'라고 비난하고,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데드 마스크'라고 성토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 측근은 "JP도 한나라당을 욕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말 한마디조차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속은 쓰리지만 한나라당과 당장 적대적 관계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계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한나라당과의 공조는 조부영(趙富英) 의원 등 1, 2명을 뺀 대다수 의원들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며 JP에게 내밀어 온 카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JP 배제'를 흘리며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 JP로서는 2선 후퇴를 각오하지 않는 한 받아 들이기 어렵다. 한 의원은 "JP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가 대선 이후 '팽(烹)' 당하는 상황을 우려한다"며 "JP의 최대 관심은 대선 이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JP가 대안으로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등과 신당 창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신당 창당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고 친(親) 한나라당 의원들의 탈당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제3의 카드는 정몽준 의원과 손잡는 것이지만 한나라당 이상으로 반응이 신통치 않다. JP는 궁여지책으로 13석의 자민련 간판으로 대선 막판까지 버틸 태세이지만 "빨리 결심하라"는 의원들의 채근이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JP의 부동심(不動心)은 선택이 아니라 이런 저런 선택이 모두 제약된 상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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