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은 산맥이나 커다란 산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단일 숲이다. 500㏊의 수목원을 끼고 있는 전체 규모 2,300㏊에 이르는 숲은 국내 단일 숲으로는 가장 많은 식물 종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는 숲의 일면에 불과하다. 숲에는 식물만이 아니라 멧돼지 고라니 노루 다람쥐 청설모 오소리 너구리 등 2,800여종의 야생 동물과 하늘다람쥐 올빼미 크낙새 장수하늘소와 같은 24종의 천연기념물이 있다. 수도권일대에서 유일한 동식물의 낙원이다.하지만 최근 이 곳에 소리 없는 위협이 나타났다. 도토리나무들이 10년만에 대풍을 맞았다는 소식에 9월말부터 채취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장사꾼들도 있지만 대부분 재미로 찾아오는 수도권 일대 시민들이다. 숲의 주인인 야생동물들의 겨울철 비상식량을 둘러싸고 인간과 동물 사이에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은 숲의 생태계 파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나무와 풀은 짓밟히고 숲은 쓰레기로 뒤덮여 몸살을 앓고 있다. 위험을 무릅쓴 탐욕은 잇단 조난 사고를 유발한다. 입산금지 구역내 절벽에서 떨어져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119에 구조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등 외국에선 도토리를 줍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되어 있지만 이곳에는 최소한의 관리인력 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 이상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우리 모임은 다람쥐 먹이를 '사수'하기 위해 이 달 초부터 수목원과 등산로 입구에서 '도토리 되돌려주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입구에 놓인 수거통을 보고는 겸연쩍은 얼굴로 배낭을 풀어 놓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서 현재까지 약 300㎏을 수거했다. 이 곳의 야생 동물들에게 겨울은 먹이부족으로 생사를 다투어야 하는 계절이다. 겨울의 별미 '도토리묵' 때문에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서는 안된다. 올 겨울 야생동물 먹이주기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으면 한다.
/이상천 광릉숲을 사랑하는 시민의 모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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