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120만 명의 병력을 남한 수준인 70만 명으로 감축키로 하고 7∼10년인 군 복무연한을 3년으로 줄이는 등 획기적인 감군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정부의 한 소식통은 15일 "지난달 19∼21일 이탈리아 코모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국제회의에서 외무성과 석탄광업성 관리들로 구성된 북측 참가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전해왔다"면서 "이들에 따르면 북한은 모병제도도 지원제의 일종인 초모제(招募制)에서 의무제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전해지고 있는 북한의 군사력 감축 첩보들은 아직 진위가 확인된 것이 없다. 그러나 북한 감군설은 미국측이 재래식 병력 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대대적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감군설 왜 나오나
감군설은 최근 북한 당국의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대외관계 개선 움직임 등 자세 변화와 맞물려 여러 경로를 통해 불거져 나왔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7일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집중시켰던 군사력의 전투태세를 완화하고 2만∼5만명의 병력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감군설은 우선 북한이 신의주 특구 지정 등 일련의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군사 분야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과중한 군비를 줄이고 병력을 경제현장에 투입, 개혁의 성과를 배가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강경세력을 겨냥한 '평화 공세'라는 해석도 있다. 국방연구원 서주석(徐柱錫) 책임연구원은 "감군설은 북한 당국이 미국이 북한의 재래식 전력 위협을 강조하는 정세를 해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군부는 비무장지대(DMZ) 내 철도 연결공사에 착수하고 2차 국방장관급 회담을 먼저 제의하는 등 어느 때보다 유화적 태도로 돌아섰다.
▶신빙성 있나
정부는 좀더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이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재래식 병력 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보유병력을 120만 명이라고 명시한 적이 없는데다, 선군정치를 표방한 마당에 병력을 50만 명이나 줄인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감군은 교육·직장체계 등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데 최근 북한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변동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남자 10년, 여자 7년으로 돼 있는 군 복무연한이 3년으로 단축됐다면 보유병력이 30만∼40만명으로 줄어 체제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