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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카터나 다나카처럼

입력
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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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은 노벨상이 이래저래 이야깃거리다. 국내에서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그렇다. 이름없는 회사의 연구원에게 돌아간 화학상도 신선한 충격이고, 만년 후보에 오르다가 뒤늦게 평화상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수상이유도 충격이라면 충격이다.일본 밖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는 시마즈 제작소, 그 회사의 연구사원에게 노벨 화학상이 돌아갔을 때, 일본인의 놀라움은 매우 컸던 것 같다. 노벨상 감을 몰라본 일본 사회의 안목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다고 한다. 유명한 교수나 박사가 아니라도 연구를 잘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텄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지,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연구사원 다나카의 수상소식에 진짜 놀란 사람은 천재들이 몰려 있는 전세계 유명한 대학과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아니었을까.

2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받았던 노벨 평화상은 다른 5개 분야와는 그 선정과정이 다르다. 노벨의 유언에 따라 그 수상자는 노르웨이 의회가 구성한 위원회에서 뽑힌다. 그리고 다른 분야 수상자가 연구 및 창작업적에 의해 선정되는 것과 달리 평화상만은 세계 평화에 기여한 활동에 의해 선발된다. 그러니 전쟁과 분쟁이 있는 곳에서 수상자가 많이 나오게 마련이다.

군인이 되려면 아마 영원히 평화상 꿈은 접어야 하겠지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나 총리 또는 외교 협상가는 받을 기회가 많다. 그래서 평화상 수상을 둘러싸고 숱한 화제와 논쟁이 흘러나온다. 월남전 평화협상에 기여했다고 해서 파리협상 주역인 헨리 키신저와 레둑토가 1973년도 공동수상자가 됐다. 레둑토는 수상을 거부했고, 키신저는 인도차이나 반도에 대한 미국의 폭격재개로 수상대에 오르지 못하고 미국대사가 대신 수상식에 참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카터의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역사학자 어윈 에브람스가 조사 연구한 무대 뒤의 노벨상 이야기를 소개했다. 노르웨이 의회의 5인 선정위원회는 가끔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양이다. 키신저와 레둑토의 노벨평화상 결정 후 그 분란이 가장 심했다고 한다.

올해 카터를 평화상 수상자로 뽑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위원회가 조지 W 부시대통령이 대 테러전쟁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수상 이유로 담은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선정위원 모두가 흔쾌히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노벨상에 대한 서양인의 정서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나, 부시가 카터의 평화상 수상에 큰 역할을 했다니 아이러니다.

카터는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대결을 끝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중재해서 그 해 노벨상 후보에 처음 오른 후 거의 매년 명단에 올랐다. 노벨상 후보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오른다. 그렇지만 카터처럼 25년간 감초같이 후보명단에 오른 사람도 드물 것이다.

카터를 '실패한 현직 대통령, 성공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한다. 그의 대통령업적을 최악으로 내몬 것은 이란인질구출 실패였다. 그러나 퇴임 후 분쟁중재, 선거감시, 가난한 사람에게 집 지어주기 등에 전직의 명성을 선용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박정희 대통령과의 마찰로 한미긴장을 일으켰지만, 퇴임후 1990년대 초반 미·북한 핵긴장을 김일성과의 회담으로 풀었다. 특히 밀짚모자를 쓰고 제3세계를 찾아 다니며 집을 지어주는 할아버지로 황홀한 은퇴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현직에서 잘해야 한다. 그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올바로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다.

카터의 평화상 수상에는 22년의 끊임없는 휴머니즘의 축적이 필요했다. 노벨상이 목적이었다면 카터는 행운의 수상자이다. 그러나 카터의 활동이 노벨상으로 더 빛나는 것은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아름다운 것은 그들의 하는 일에 성실히 정진하는 모습이다. 카터나 다나카처럼…

/김 수 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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