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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siad, 남북은 하나 아시아도 하나/"감사했습네다" "우짜꼬…" 이별의 바다 다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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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siad, 남북은 하나 아시아도 하나/"감사했습네다" "우짜꼬…" 이별의 바다 다대포

입력
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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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돌아가뿌믄 허전해서 우짜꼬." "마지막 날인데 잘 가라카는 말이라도 실큰 해야 안되겠나."유난히 따가운 햇살이 내리쬔 14일 부산 다대포항. 40∼50여 명의 주민들이 굽은 소나무 밑에 자리를 틀고 북한 응원단의 그림자라도 볼 수 있을까, 하염없이 바다 쪽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한 주민은 "저노메 철조망 좀 뜯어뿌자"며 만경봉호를 수 십m 앞에서 가로 막고 있는 철책으로 다가가기도 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얼마 못 가 돌아왔다.

지난 18일 간 만경봉호의 움직임을 시침 삼아 생활을 꾸리던 다대포 주민들. 낮에는 300∼400여 명, 응원단이 돌아오는 저녁 10시 께는 1,000여 명이 모여 북한 응원단원과 인사말 한 마디 나누는 것에 들떴지만 이날은 마음 한 켠이 허전해 지는 걸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아침에 '여보세요'하면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받아주고 하지 않았능교. 오늘은 응원이 없어서 그런지 잘 보이지도 않는 기라. 영 서운하네."

출근 전에 응원단의 아침 연습장면을 보려고 새벽 5∼6시에 일어났다는 샐러리맨, 응원단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돗자리를 가지고 와 가족과 야식을 먹으면서 목을 빼고 기다렸다는 사람도 있다. 한 아마추어 화가는 자리를 틀고 앉아 수평선과 만경봉호의 단아한 자태를 멋진 크로키로 담아내곤 했다.

"어제 그렇게 목청 곱게 노래를 뽑았는데. 사실 피곤할끼다."

다대포 주민들은 13일 밤 있었던 북 응원단의 마지막 공연을 자신들에 대한 응원단의 '이별 선물'로 받아들였다. 공연 시작은 저녁 8시였지만 낮 12시에 자리가 대부분 찼고, 공연 직전에는 축구장 2∼3개 크기의 공터에 월드컵 때나 볼 수 있던 인파가 몰려 들었다.

병풍처럼 공연장을 둘러싼 수백여개 다대포 아파트 불빛이 조명보다 더 밝고 따뜻하게 북 응원단을 비추고 있었다. 북한 가수 김성일씨는 구경 중인 다대포 할아버지 한 분을 불러내 함께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 어느 때보다 간드러지는 북 응원단의 몸짓과 목소리는 다대포 주민들에게 "그 동안 감사했습네다"라고 말하는 듯 했고, 주민들도 소박한 불꽃을 쏘아올리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귀한 손님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아쉬워했다.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만경봉호 앞에서 일어날 줄 모르는 주민들.

"배 떠나는 시간에 가게 문 닫고 올끼라예." "물이 출렁거리면 흔들릴 낀데. 배에서 보름 넘게 재우는 게 어딨노. 마지막인데 좀 나오라 해서 집에서 밥 한번 대접했으면 좋겠구만." "기자님, 북한이라고 부르지 마소. 우리를 '남측'이라고 정겹게 부르는데, 우리도 '북측'이라고 불어야 하지 않겠능교." "아파트에서도 배가 내려보이는 데도 날마다 왔어예. 봐도 봐도 어딘지 보고싶고 그리운 게, 이상하데이." "다대포가 물이 깊어서 다른 항에는 만경봉호를 못댄다 아이가. 앞으로 오면 또 이리 올끼니까, 걱정마라."

'작은 통일'의 주인공인 다대포 주민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부산=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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