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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본다](1)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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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다시본다](1)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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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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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978년 시작한 개혁·개방이 20여 년을 넘기면서 정치·경제적으로 세계적 잠재력을 갖춘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연내에 1,000달러를 넘어서며 머지 않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 될 전망이다. 불안한 측면도 있지만 대외적인 정치외교적 입지도 탄탄하다. 11월에는 13년을 집권한 장쩌민(江澤民)을 위시한 최고지도부가 교체될 예정이다. 한국일보는 중국의 힘과 위협, 미래를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 '중국을 다시 본다'를 시작하며 이 시리즈의 자문위원을 맡은 중국 전문가 3인의 좌담을 가졌다./사회=한기봉 국제부장

―왜 지금 중국을 다시 보아야 하는가.

정종욱 교수=중국은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제2의 개방을 시작했다. WTO 가입에 따라 국가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달라질 것이다. 여기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생략할 수 없는 국가다. 경제적으로는 2007년께 상호 교역량(홍콩 제외)이 현재의 두 배인 700억 달러로 늘어나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될 전망이다.

문흥호 교수=전세계가 중국을 다른 각도에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중국의 외부적 팽창이 초래할 위협과 전망을 다각도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이같은 흐름에 뒤져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한중 관계가 맞물리지 않은 부분이 없다는 사실이다. 남북관계와 경제, 환경 등 모든 문제에서 한국은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중국과 다각적 관계를 맺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김익수 교수=WTO 가입에 따라 중국의 흡인력과 팽창력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10년이면 지역 경제강국에서 글로벌 경제강국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제부터 문제는 한중 경제 격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있다. 한국 기업은 지금까지 중국을 생산기지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다시 보고 전략을 짜야 할 때가 됐다. 대 한국 무역적자에 대한 중국의 시각 등을 고려해 우리의 경제 포지션을 재설정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을 다시 볼 준비가 돼 있나.

김=중국을 보는 시각이 시장 등 경제적 측면에만 치우친 경향이 강하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과열과 냉각의 심한 기복을 되풀이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중국을 너무 거시적으로만 보아 왔다. 사회, 문화, 새로운 지도자 그룹 등 각 분야를 미시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 부재는 더 큰 문제다. 전문가들이 중국 정책에 기여할 채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의 중국 인맥과 전문가 집단을 재점검해 정책수립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문=국내의 연구자와 연구 인력은 많지만 방법론적 틀이 없어 중국을 심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40대 중반 이후 연구자들이 방법론적 틀을 심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감정적, 정서적 접근보다는 과학적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다른 나라의 방법론을 참고해 적극적으로 세계적 조류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정=중국은 엄청난 국토와 인구를 갖고 있어 아무리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의 중국 연구는 규모와 질에 있어 어느 정도 수준에는 도달했지만 여전히 표피적이고 환상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중국을 심층적, 총체적,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이론틀이 필요하다.

―현단계에서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문=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 하드 파워에서는 크게 성장했지만 소프트 파워, 특히 리더십 분야에서는 문제가 많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 예측 불가능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리더십 측면에서 중국은 개혁·개방이 진전되면서 당과 인민 이익의 불일치, 또는 당의 정당성 약화 현상이 나타났다. 과거 공산당은 정치사상 공작을 통해 정당성을 강화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최근 공산당이 자본가 입당을 비롯한 엘리트의 체제 내 편입에 노력하는 것은 정당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도다.

정=현재 중국에서는 역사적인 대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실험은 개혁·개방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데 따른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사회주의가 근대화에 부적절하다는 인식 아래 개혁·개방을 시작했지만 성장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자 분배의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앞으로 중국의 문제는 부와 권력의 분배에 집중될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 장쩌민 주석의 3개 대표 이론이다.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과 선진 문화, 전체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이 이론은 공산당이 계급정당 노선을 포기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산당이 권력 독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산당의 자기 변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중국은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1997년 시작된 대규모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엄청난 실업자가 양산됐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은 높은 실업률과 실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중국은 성장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실업률 확대에 따른 사회불안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분야별로 짚어 보면.

김=경제적으로는 금융부문과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4대 국유 상업은행은 부실대출로 인해 국제적 기준으로는 파산상태로 판정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국유 상업은행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보증 덕분이었다. 국가의 보증이 약화할 경우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대대적으로 몰려 지급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

정=정치·사회적으로는 실업과 빈부 격차, 부패 문제를 들 수 있다. 국유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나오지만 비국유 부문(사영기업)이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안 지역과 내륙, 도시와 농촌, 도시 내부의 빈부 격차 확대로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높아졌다. 혁명의 전례를 보더라도 상대적 박탈감은 절대적 빈곤보다 훨씬 위험하다.

문=대외적으로 중국의 위협을 평가하는 시각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대외적으로 팽창할 능력은 높아졌다지만 팽창할 의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시각이다. 둘째는 팽창할 능력과 의도를 갖고 있지만, 의도가 실천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이념과 정치적 조율을 거쳐야 한다는 시각이다. 마지막은 대외적 팽창 능력이 아직 부족하며,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는 시각이다. 중국의 대외정책 문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능력과 의도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중국이 가능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갖고 있다면 우리의 대응은.

정=중국의 가장 큰 화두는 내부적으로는 근대화, 대외적으로는 반패권이다. 근대화와 반패권 노선은 대외관계에서 모순관계를 갖는다. 반패권 노선은 실질적으로 반미(反美)를 의미한다. 중국은 패권에 반대한다는 측면에서는 미국에 대립적이지만, 근대화를 위해서는 미국 등 서방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이러한 화두는 상당한 고민을 초래한다. 근대화 노선은 한국에 큰 부담이 없지만, 반패권 노선은 외교적으로 우리를 곤혹스럽게 할 것이다. 외교적으로 적절한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한국의 과제다.

문=중국은 2020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2050년 건국 100주년을 맞는다. 중국은 적어도 건국 100주년에 이르기까지는 경제력과 외교·군사력, 민족적 응집력 등을 총합한 이른바 '종합 국력'을 키우는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중국 위협론'의 부상에 따른 역풍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중국이 대외적 팽창과 영향력 행사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전제 아래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주장을 참고해 우리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김=중국경제의 글로벌화와 한국의 산업공동화를 동시에 염두에 둬야 한다. 전자업체 하이얼(海爾)과 창훙(長弘)을 비롯한 중국 대기업들은 이미 중남미와 미국 등으로 진출해 뿌리를 내렸다. 중국 기업들은 세계 각지의 화교사회를 바탕으로 향후 10년을 글로벌화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WTO 규범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특히 농업을 살리기 위해 제3세계와 연대해 미국 등 공업국에 대응할 것이다. 중국과의 새로운 협력은 물론이고 중국 자본이 한국에 진출했을 때의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기업의 중국 진출에 따른 한국의 산업공동화는 비교우위 차원에서 보면 불가피하다. 줄 것은 빨리 주고 대신 경쟁력 있는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 중국의 기술발전 추세를 볼 때 한국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서비스 분야 경쟁력 강화로 승부해야 한다.

/정리=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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