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또 쪼개고…"거래소에 상장된 전산 시스템 설비 업체인 한국컴퓨터는 최근 몇 년간 '세포분열'을 해 1개 회사가 자그마치 11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1994년과 96·97년 한국트로닉스(LCD모듈부품생산)와 한컴테크(컴퓨터주변기기), 한네트(VAN)를 분사해 계열사로 거느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서버뱅크(IDC서버), 서큐텍(PCB), 듀얼텍(텐덤용역), 금융전산연구소(금융단말용역)를 추가로 분할했다. 또 올 5월 부동산임대 및 관리 부문을 분할해 한국금화개발을 설립했고, 이달 11일에도 기업분할을 결의, 2003년까지 지주회사와 금융단말전문회사(한국컴퓨터(주)), 시스템통합(SI) 전문회사(케이씨아이) 등 3개사로 나누기로 했다. 회사측은 "사업부문과 계열사 지분관리 부문을 나눠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지만 주주들은 "회사 알맹이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의아해 하고 있다.
▶ 기업분할 봇물
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사업 부문별 분할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동원산업이 기업분할을 결의한 것을 비롯, 올들어 거래소 15개사, 코스닥 10개사 등 25개 기업이 분할했거나 분할을 의결했다. 지난해 18개사에 비하면 기업분할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셈이다.
기업분할의 장점으로는 특정사업부문의 전문화, 부실사업 정리, 지주회사 운영, 경영진에 대한 감독기능 강화 등 네 가지가 꼽힌다. 이에 따라 핵심사업에 집중하고 부실을 털어내려는 기업 입장에서 분할은 입맛에 맞는 구조조정 수단인 셈이다.
▶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기업들은 한결같이 '알짜 핵심 사업을 솎아내기 위해' 기업분할을 한다고 말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주주가치에는 별 실효성이 없는 '칼로 물 베기식' 분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기업분할이 경영 효율성과 수익가치 증대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분할하면 무조건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들이 자본분할 비율에 따라 주식까지 따로 떼내는 '인적 분할'보다는 주식 분할 없이 단순히 회사만 나누고 부채를 조정하는 '물적 분할'을 선호하는 것도 시장으로부터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물적 분할의 경우 회사는 몸집을 가볍게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별 실익이 없다.
코스닥 기업들이 발표하는 분할도 이처럼 단순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물적 분할인 경우가 많다.
자본금까지 나누는 인적분할을 통해 분할된 회사가 상장하거나 등록해야 주주 가치에 변동이 생긴다. 이 경우에도 존속회사와 분할회사 간의 자산분할 비율에 따라 가치평가가 달라지는 만큼 투자자입장에서는 분할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근 분할을 발표한 현대백화점과 대웅제약의 경우 분할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하락시킨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폭락이라는 쓴맛을 봐야 했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신동성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분할기업들은 분할에 따른 주력사업부문의 수익성 향상과 비주력 사업부문의 상장 프리미엄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면서 "하지만 주가 흐름은 분할 전 상승하다 분할 이후에는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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