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안게임은 성공적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시아인의 희망과 도약'이라는 취지를 살리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신생국 동티모르와 전란의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등 사정이 어려운 나라가 많이 참여했다. 참가국도 역대 최대규모인 44개국에 이르렀다. 대회의 최대 수혜국은 주최국인 우리와 남한에서 열린 국제체육대회에 사상 처음 참가한 북한이었다. 특히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민족이 하나되는 감동을 선사한 것은 분단 반세기만의 흐뭇한 경사였다.개막식 때 한반도기 아래 남북 선수단이 단일복장으로 공동입장한 것부터 설렘을 주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월드컵 문구가 회상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언론이 흥미 위주로 보도한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이 보여준 부드러움과 발랄함은 남북한 간 마음의 장벽을 넘어 민간외교의 가교 역할을 했다.
경기장에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펄럭였으나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시민은 성숙한 자세를 보였고, 두 종의 깃발은 오히려 민족의 같음과 체제의 다름이라는 현실인식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북한과 그 응원단은 세계를 향해 자신들이 폐쇄성을 떨치고 개방된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는 데 성공했다. 북한이 참여함으로써 이 대회는 남북한이 통일로 가는 과정에 있으며, 언젠가는 통일을 이룰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한반도 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대회를 성공시킨 부산시민과 2위를 차지한 선수단에 박수를 보낸다. 자발적 서포터스를 구성하여 빈국을 응원한 시민의식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주최국으로서 예를 잃은 점은 없는지, 혹 승부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는지도 겸허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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