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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면 오른다" "일정가격 이하로 내놓지 말자"/아파트값 지키기 강남 아줌마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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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면 오른다" "일정가격 이하로 내놓지 말자"/아파트값 지키기 강남 아줌마 "담합"

입력
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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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반상회 이후에는 (강남의)아파트 가격이 지금과는 다르게 움직일거예요."14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던 소위 '강남 아줌마'들의 화두는 곧바로 아파트로 옮겨갔다.

정모(43)씨가 "정부가 강남 아파트 가격을 옥죈다고 해서 앞다투어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 제살 깎아먹기 밖에 안돼요"라고 소리 높이자 "맞아요"라는 화답이 이어졌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이번달 반상회의 정식 안건으로 '아파트 가격 대응 방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버티면 이길 수 있다'

정부가 잇따른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 잡기에 나서자 이번에는 주민들이 조직적인 '아파트 가격 지키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일정 가격 이하로는 물건을 내놓지 말자"거나 "이번 가을 이사철만 견디자" 등의 담합이 이뤄져 아파트 가격 안정화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동 신화부동산 김병우(金炳祐·52) 대표는 "최근의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인 조치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반발이 예상보다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불만 때문인지 오늘(14일) 하루에만 매도의사 철회 건수가 10건이 넘었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급매매'에서 '급'자를 떼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 등 해프닝도 일고 있다.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당국이 주민들을 모두 투기꾼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 이모(56)씨는 "강남의 주택수요 요인은 '우수한 교육환경'이나 '높은 삶의 질' 등이 가장 크다"며 "집단적인 '아파트 가격 지키기'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이런 것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버티다 낭패 볼 수도'

고가주택에 대한 실거래가 양도세 부과 정책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주민들의 '버티기'에 한몫하고 있다. 압구정동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정부 대책 발표 후 언제 아파트를 파는 것이 유리한가를 묻는 상담 전화가 하루 10통 정도 오고 있지만 대부분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이 대책이 실제 시행에 들어갈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주민 박모(34)씨는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이 일관성을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버티기'가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

D부동산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거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중단기적으로는 꼭지점에 와 있다는 것이 다수설"이라며 "매수세가 없는 상황에서 집 주인들의 버티기가 계속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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