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산 지 3년이 되어가지만 일용품을 구입하는 데 혼란이 적지 않다. 어떤 것은 싸고 어떤 것은 비싼데 한국의 사과값이 스웨덴의 4배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가격차이에 대한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우선 생활수준이 다르다. 한국의 임금은 싸다. 다시 말해 노동력의 가치가 낮다. 신발이나 차 같은 것을 고치는 데도 거의 돈이 들지 않고 대부분 무료로 '서비스'차원에서 주어진다. 종업원의 서비스 가치가 낮게 평가되기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그다지 비싸지 않은 것 같다.
둘째, 한국은 기후가 온화해 스웨덴에서 자랄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생산된다. 하지만 스웨덴도 수입하는 오렌지, 쌀, 복숭아와 같은 것이 한국에선 3∼5배 비싸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셋째, 유럽 사람들은 고기 중에서 기름기 없는 부위를 좋아해 싼 값에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베이컨이나 스테이크를 사려면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가끔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비싼 것을 선호한다는 느낌이 든다. 유럽에선 5년된 차나 15년된 차가 가격이 똑같지만 이 곳에선 낡은 차를 거의 볼 수 없다. 한국에선 새 것의 소유 여부가 사회적 위신과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넷째,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음식값이 꽤 비싼 나라이지만 싼 값에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선 감자나 양배추, 당근과 같은 채소도 10배 가량은 비싼 것 같다. 농민들이 그 만큼 부자인가? 싼 농산물이라곤 마늘, 고추가루, 생강 정도인 것 같다. 한국에선 할인점에 30명이나 되는 직원이 일하고 백화점에도 모든 브랜드가 자기 매장과 종업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백화점은 적은 종업원으로 많은 양의 상품을 다루고 있다.
다섯째, 유럽과 달리 인도, 중국, 페루, 레바논 요리의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없다. 수입장벽, 관세, 운송비 탓일 테지만 왜 뉴질랜드에서 수입된 스웨덴 사과보다 한국에서 생산된 사과가 더 비싼지, 왜 같은 중국요리가 스웨덴보다 한국에서 더 비싼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파란 치즈나 염소 치즈를 좋아하지만 서울에서는 이것을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집 부엌에 있는 로즈마리, 파슬리, 사철쑥, 노간주 열매로 만든 조미료를 구하려면 며칠간 중노동을 해야 할 것 같다.
스벤 울로프 울손 스웨덴인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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