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각 분야에서 싸우느라 정신들이 없지만, 남자들과 여자들의 싸움도 심각해지는 것 같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남녀 간에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야 언제나 있는 일이라 해도 최근 벌어지는 현상은 좀 걱정스러울 정도다. 남북갈등 지역갈등 계층갈등에 성별갈등까지 더해진 양상이다.■ 국무총리 인준을 받는 데 실패한 장상씨가 우먼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후배여성들에게 준 충고가 여성들을 오도할까 걱정스럽다는 우려가 제기되더니 어제는 한 신문이 정색을 하고 이 문제를 사설로 다루었다. 장씨의 충고는 △여성들이 뭉쳐야 한다 △언론에 유의해야 한다 △이미지를 관리하라 △진심을 믿게 하라 △사회관행에 편승하기보다 자신을 주장하라는 것이다. 이를 '여성 5계명'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하다 보니 남자들은 믿을 수 없으며 여자들은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선동' 쯤으로 읽히게 되나 보다.
■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을 때 연애하다 실연당한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는 장씨로서는 당연히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주위에서 권해도 당시의 모욕과 수치를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말을 할수록 오히려 상처만 덧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가 하면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최근 양심적 병역기피에 대해 지지성명을 낸 다음부터 사이버공격을 당해야 했다. "군대도 안 가는 여자들이 뭘 안다고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여느냐"는 식의 비난이었다.
■ '넋 빠진 남자들'이 여자들을 실망시키는 일도 있다. 아시안게임 기간에 왔다 간 미모의 북한응원단에 대해 열광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꼴불견이었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혼남자의 64%가 북한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한 반면, 여성은 57.9%가 북한남성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할 만큼 생각이 달랐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남녀싸움도 칼로 물 베기라고 생각해야 한다. 서울대법대 학생회처럼 남녀가 힘을 모아 여교수를 뽑아 달라고 건의하고 나선 일도 있다. 싸움 말고도 할 일은 참 많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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