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내수 경기가 본격적인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종 소비 지표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완연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주택 건설 경기도 침체 징후가 역력하다. 하반기에는 내수가 어느 정도 둔화할 것으로는 예상됐지만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 내수 부진을 상쇄해야 할 수출 역시 그다지 상황이 좋지 않아 대외 불안 요인과 맞물려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통계청이 14일 발표한 '9월 소비자전망 조사'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은 소비자기대지수, 소비자평가지수가 하반기 들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통계청 관계자는 "미국 경제 불안 지속 등에 따라 향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국내 주가가 폭락하면서 소비 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일시적이 아니라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 우려할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저축이 늘었다는 응답자는 줄고(8월 12.7% → 9월 12.5%), 부채가 증가했다는 응답자는 대폭 늘어난 것(14.9% → 15.8%)도 소비 위축의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달 발표된 각종 다른 지표에서도 소비 위축 추세는 역력하다. '9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산업자원부)에서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감소해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8월중 서비스업 활동 동향'(통계청)에서도 서비스업 생산 활동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9% 증가하는데 그쳐 전달보다 증가율이 1.6%포인트나 낮아졌다.
더 큰 문제는 소비와 함께 내수를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인 건설 경기 역시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 주택 부문이 타격을 입으며 휘청대고 있다는 것.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9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92.8로 7월(98.8)과 8월(94.0)에 이어 하락세를 지속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宋泰政) 책임연구원은 "'상반기= 내수, 하반기 = 수출'이라는 올 초 예상을 감안하더라도 내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고 수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며 "세계 경제가 디플레에 빠지면 우리 경제도 전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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