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급등에 힘입어 14일 주식시장이 기술적 반등을 했지만 최근 잇단 주가 폭락으로 증시는 거의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증시 주변에선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면서도, "기술적 반등 여건이 마련된 만큼 투매에 나설 시기는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을 놓은 채 허탈감에 빠진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야 될지 사야 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중 향후 전망에 대해 다소 상반된 분석을 하고 있는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와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에게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들어봤다.
―주가가 어느 선에서 바닥권을 확인할 것 같은가.
신성호 이사: "바닥권을 설정하기 쉽지 않다. 기간 조정이 2∼3개월 진행될 수 있겠지만 종합주가지수 570∼620선은 바닥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급락은 국내 증시의 가치측면에서 나온 현상이 아니라 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일어난 무분별한 투매의 결과다."
정태욱 상무: "바닥권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현 증시의 문제점이다. 지금 시장의 약세 분위기는 상당히 길게 진행 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500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증시의 의미 있는 상승추세 전환은 언제쯤 가능할까.
신 이사 :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쯤엔 의미 있는 주가 전환이 있을 것이다. 국내 경기가 내년 2분기쯤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이후 주가는 경기를 3∼5개월정도 선행했다. 국내·외 경기 흐름을 감안해 볼 때 내년 초엔 주가가 상승분위기를 탈 것이다."
정 상무 : "내년 하반기 이후나 돼야 상승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디플레(물가하락속의 경기침체) 우려감이 해소되는 시점이 추세 전환 시기일텐데 이는 내년 초까지는 어렵다. 불확실성이 진정되는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보고 있다. 주가 상승은 적어도 이 시기가 지나야 한다."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국내 경기 전망은.
신 이사 : "당분간 국내 경기는 우려감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내년 2분기가 경기 바닥권으로 예상된다. 내수 위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수출은 아직 원만한 편이긴 하지만 4분기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 들어서는 정보기술(IT) 경기도 좋아질 것이고 세계경기 또한 회복이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내 경기도 상승세를 탈 것이다."
정 상무 : "국내 경기의 문제점은 경기 최고점을 이미 지나버리지 않았느냐는 걱정에 있다. 내수는 이미 피크를 지나 하향세를 걷고 있고 수출도 조만간 꺾일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경기의 미래가 우울하기 때문이다.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 되지 않은 신용 버블도 위험한 수준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 위축 우려가 사라지고, 경기가 다시 살아나는 데는 적어도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다."
―지금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신 이사 : "투매에 나설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몇 개월 정도는 바닥에서 박스권 횡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투자자라면 반등할 때 마다 조금씩 파는 전략이 좋다. 그러나 6개월 이상의 투자기간을 염두에 뒀다면 팔 필요가 없다. 차분히 관망해도 좋고, 오히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할 시점이다."
정 상무 : "현금 확보 전략이 최고다. 지금은 구태여 위험을 안고 주식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반등이 있을 때 마다 파는 전략이 좋다. 장기투자자 역시 일단 현금을 확보한 뒤 내년 1분기 이후 증시 주변 각종 신호를 확인한 뒤 참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물론 2∼3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지금 갖고 있거나 사도 무방하다."
―새내기 주식투자자라면 지금 사도 돼나.
신 이사 : "지금 시장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6개월 앞을 내다보고 주식을 사두는 게 좋다. 현 주가는 크게 저평가 된 시점인 만큼 800선 이하에서도 장기 매수 전략은 들어 맞을 것이다."
정 상무 : "현 시점에서 신규로 시장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참여하는 것을 늦춰야 한다. 주식시장이 상승하더라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향후 주가의 주요변수는.
신 이사 : "미국 시장의 방향이다. 국내 주가는 극단적으로 저평가 된 상태이긴 하지만 미국과의 근본적인 차별화는 힘들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나오고 있는 금융위기설이 실제 어느 정도까지 확산되는지도 주목해야 한다.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주가는 더 큰 부담을 떠 안게 된다. 세계 IT경기 회복 여부도 주요 변수인데 이는 내년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다."
정 상무 : "역시 미국 경기 회복 여부다. 특히 현재 과잉공급상태로 인한 설비투자의 부진이 미국 경기의 중요한 변수인데 설비투자가 살아나는 시그널이 있어야 국내 증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내년 하반기 이후나 돼야 가능 할 것이다. 미-이라크간 전쟁 발발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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