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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해외매각 "난기류"

입력
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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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난조를 보이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매각이나 투자유치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매물에 눈독을 들이던 해외 원매자들이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투자계획 자체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소비자금융회사인 GE캐피탈과 조흥은행 간의 카드지분 매각협상이 최근 미국 증시폭락 사태의 여파로 난기류에 빠졌다. 두 회사는 지난 10개월여의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제외한 모든 매각조건에 합의, 추석 직후인 9월 말 매각 본계약에 정식으로 서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GE캐피탈측 협상팀이 최근 "모든 일정을 무기한 연기해달라"며 급거 귀국하는 바람에 막바지로 치닫던 협상에 갑자기 제동이 걸린 상태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미국 경제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데다 한국 카드시장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 쏟아지자 (GE캐피탈측이) 다시 장고에 들어간 것 같다"며 "워낙 외부변수가 많아 협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조흥은행은 본계약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카드사업부문을 은행에서 분리, 독립 카드회사를 출범시킬 계획이었으나 이 같은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부실기업의 해외매각 전선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하이닉스 반도체가 대표적 예. 정부와 채권단은 해외매각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성사가능성은 올해 초에 비해 더욱 희박해졌다. 유일한 원매자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증시폭락 사태로 하이닉스를 살 능력을 완전 상실했기 때문이다. 당초 자사주식의 가치를 주당 35달러로 산정, 하이닉스를 사겠다던 마이크론의 주가는 13달러대로 주저앉은 상태.

이밖에 미국계 푸르덴셜그룹 등이 입질을 하고 있는 현대투신 현대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현대 '금융3사'의 해외매각 협상도 미국 발(發) 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되면서 진척 없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지난해 외환카드를 인수하려다 9·11테러가 터지면서 철회한 적이 있다"며 "9·11테러 당시 수준에 버금가는 불안감이 외국기업들 사이에 다시 확산되면서 국내기업의 구조조정 작업이 직격탄을 맞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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