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스타크래프트, 뜨는 보드게임''부루마블'로 대표되는 게임판을 이용하는 보드게임이 한때 대학가를 풍미했던 전자오락게임 자리를 급속히 잠식해가고 있다. 이제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보드게임 카페까지 등장해 PC방과 노래방 같은 대학생 놀이문화 공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있다. 바둑동아리 회원인 민지은(21·서울대 컴퓨터공학부3 휴학)씨는 지난 주 MT때 바둑판대신 보드게임 '세틀러 오브 카탄'을 먼저 챙겼다. 민씨는 "여러 사람이 동참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MT나 동호회 모임 같은 데서 보드게임을 많이 한다"며 "규칙과 전술이 복잡한 게임을 하다 보면 밤새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보드게임 열풍의 진원지는 올 4월 서울대 부근 신림동에 문을 연 P보드게임카페. 이곳에서 보드게임을 접한 이들이 스스로 마니아가 되고 전파자가 되면서 순식간에 전대학가로 확산됐다. 홍대입구 신촌 건대입구 등 유명대학가에는 우후죽순격으로 보드게임카페가 생겨났고, 인터넷 포털 '다음'에 개설된 보드게임 동호회만도 벌써 20여개에 이른다. 보드게임 마니아의 70%가 대학생이다. P카페 사장 윤지현(30)씨는 "게임판이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영어 등의 외국어를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는 대학생이 많이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보드게임은 첨단문화적 성격을 지니면서도 판을 이용한다는 면에서 복고적이다. 때문에 무례한 게임상대를 만나거나 서로간에 교감을 나눌 수 없는 컴퓨터게임에 식상한 이들이 보드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여름방학동안 매일같이 보드게임카페에 들렀다는 최원석(20·서울대 전기공학부2)씨는 "보드게임은 상대가 전략을 짜느라 골몰하는 모습을 직접 보며 긴장감을 느낀다"며 "친구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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