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안게임은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들에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선사했고 수성을 자신했던 일부 스타들에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진리를 일깨웠다.중국의 장난(16)은 체조에서 여자단체, 개인종합, 마루운동, 이단평행봉을 석권, 4관왕에 올라 차세대 체조여왕의 입지를 굳혔다. 여자역도 75㎏급에서 세계기록 5개를 작성하는 괴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한 순루이핑(21·중국)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사실상 예약했다.
탁구의 유승민(20·삼성카드)과 체조의 김승일(17·영광고)은 이번 대회가 낳은 한국의 새로운 스타였다. 남자단체와 혼합복식서 은메달을 차지한 유승민은 남자복식서 우승, 탁구신동이 실질적 에이스로 성장했음을 과시했다. 기계체조 마루운동서 깜짝 금메달을 선사한 김승일은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서 1위를 차지하며 각국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중동의 모래바람도 거셌다. 사우디의 마크홀드 알오타이비(22)는 육상 5,000m와 1만m를 제패, '사우디발 육상돌풍'을 일으켰다.
부산을 잊지 못할 최악의 스타는 중국의 탁구여왕 왕난. 방콕대회 전관왕을 시작으로 시드니올림픽 2관왕, 지난해 세계선수권 3관왕에 오르며 천하를 호령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16세에 애틀랜타올림픽 정상에 섰던 북한의 유도영웅 계순희도 어깨 탈골의 부상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2회전서 탈락, 동메달에 그치는 등 뚜렷한 하향세를 나타냈다.
한국의 간판들도 가는 세월을 거스르지 못했다. 시드니의 펜싱영웅 김영호(31·대전도시개발공사)는 플뢰레 개인전서 메달획득에 실패한 뒤 단체전서도 은메달에 그쳐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부산=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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