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올케가 친정어머니를 학대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70대 후반인 친정어머니가 지난 해부터 치매 기미를 보이더니 요즘은 자식들이 찾아가도 '친구가 왔다'고 좋아하십니다. 지난 추석에는 제사 지낼 음식을 모두 먹어버려 새로 장만하는 소동을 치렀습니다. 올케의 고생을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부쩍 여윈 모습을 뵈면 식사나 제대로 챙겨드리는지 걱정입니다. 어머니 몸에 난 멍을 본 뒤로 TV에 '노인학대'란 말만 나와도 불안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윤씨)
답/친정어머님의 건강과 안녕을 걱정하시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친정어머님 상태는 급히 진행되고 있는 혈관성 치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상태가 심해 일반가정에서 독자적으로 돌봐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어머님은 이제 길 나가시면 혼자 되찾아오기 힘드시고 진지를 드시고도 잊어버려 다시 드시려 할 것입니다. 또 피해망상이 생겨 물건을 누가 훔쳐갔다고 화를 내실 것입니다.
멍이 드신 것은 집안에서 잘 부딪치고 넘어져서 생긴 것으로 생각되며, 더 진행된다면 성냥개비로 불장난을 하거나 대변을 벽에 바르는 행동을 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누가 오면 긴장해서 잠시 제 정신이 돌아와 멀쩡하게 옛이야기도 하시니, 어물쩍하게 의심을 사는 것은 모시는 며느리지요. 굶기고 꼬집고 뺏으면서도 자신이 과장해 고생하는 체 한다고 의심을 받게 되지요.
친정 자매들이 나서서 모시는 남동생을 설득해 어머님이 당장 전문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하십시오. 치료로 다소 효험을 볼 가능성이 높으며 만일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판명되면 노인전문 의료기관이나 전문복지시설에 모실 것을 권고합니다.
남동생과 올케의 그간 노고를 위로하시고 등을 떠밀어야 합니다. 장기입원으로 잘 지내시는 치매노인들을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조두영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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