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楊斌·39)과 양롱(仰融·46), 류샤오칭(劉曉慶·50·여)의 공통점은?세 사람은 모두 지난해 미국 격주간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내 거대 부호로서 지명도가 매우 높다. 지난해 포브스에 楊은 2위(9억 달러), 仰은 3위(8억4,000만 달러), 劉는 45위(7,000만 달러)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른 공통점을 갖는다. 13일자 뉴욕타임스와 14일자 대만의 중국시보는 이들이 11월 8일 개최될 공산당 16기 전국대표대회(16全大)를 앞두고 자본가 길들이기에 나선 중국 정부에 '시범 케이스'로 걸려 들었다고 보도했다.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에 임명됐던 楊은 4일 당국에 연행돼 조사받고 있고, 劉는 100만 달러 탈세혐의로 7월 전격 구속됐다. 仰은 당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체포를 피해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도피했다.
세 사람이 형식적으로 받고 있는 혐의는 탈세와 영업실적 조작을 비롯한 경제범죄. 뉴욕타임스와 중국시보는 그러나 이들이 단죄된 배경에는 경제범죄 혐의를 넘어서는 중국 당국의 정치적 고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16대에서 자본가들의 입당 공식화를 추진 중인 당 지도부가 '당의 우경화'에 대한 당내 좌파 세력의 비판을 완화하기 위해 '머리를 쳐드는'부호를 엄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이 중국 당국의 비위를 거슬릴 수 있는 언행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楊은 연행되기 직전 스스로 "신의주 특구장관으로서 북한의 부총리급 외교관"이라며 중국의 법적 제재 바깥에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仰은 "지방정부의 대우가 좋지 않으면 사업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에 한 푼도 덕을 보거나 빚진 적 없다"는 말을 떠벌린 바 있다. 그는 90년대 초 랴오닝(遼寧)성을 무대로 국유 자동차기업의 민영화에 참가해 중국 내 최대 미니버스 제조업자로 부상했다.
80년대 영화배우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劉는 영화와 오락, 부동산, 미용산업 등을 연결시킴으로써 중국 내 최대 여성 재벌로 떠오른 인물이다.
중국 당국이 이같이'튀는'재벌들을 손 본 것은 좌파 달래기와 함께 다른 자본가에 대한 경고라는 성격을 동시에 띤다. 뉴욕타임스는 홍콩의 중국 전문가를 인용, "법대로 한다면 처벌받지 않을 자본가가 없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경고 효과가 큰 인물들을 선택적으로 처벌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 당국의 잇단 재벌 처단은 경제력이 정치권력에 대한 도전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향후 정치·경제 관계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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