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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 out/또 하나의 공룡?

입력
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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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칭(Launching)’을 우리말로 풀면 개업식이나 신상품 소개 정도. 브랜드나 상품을 알리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든다. 영화계에서는 처음으로 쇼박스가 15일 런칭 행사를 갖는다. 쇼박스는 시네마서비스의 지주회사인 플래너스 엔터테인먼트, CJ 엔터테인먼트에 이은 기업형 투자배급사로 오리온 그룹이 모회사이다.대기업형 투자배급사가 늘어나면 비교적 대작영화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외시장 개척 등 장점도 적잖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또 다른 힘의 논리를 구현하는 기회로 삼을까 두려움도 적잖다.

쇼박스는 15일 자신들이 첫 투자한 한국영화 ‘중독’의 시사회를 역시 자신들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에서 개최하면서 1시간에 달하는 식전행사를 갖는다고 밝혔다.

칵테일 파티, ‘중독’ ‘이중간첩’ ‘빙우’ ‘80일간의 세계 일주’ 등 국내외 투자, 배급영화의 예고편을 상영하는 라인업 쇼와 배우들의 ‘대박 기원’ 메시지 방송, 특별 조형물 공개 등을 준비했다.

평론가나 기자들의 관심은 첫 시사를 갖는 영화 ‘중독’ 뿐이지만, 그들은 영화와 상관 없는 개그맨이 진행하는 이벤트를 억지로 감상해야 한다. 회사 소개라는 ‘요식 행위’에 들러리를 설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성대한 행사를 갖고 싶었던 투자 배급사로서는 투자한 새 영화의 시사회를 ‘미끼’로 평론가나 기자들을 불러 모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힘의 과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방식이 우리 영화계에서는 처음이라 반감도 적잖다. 할리우드에서는 보편화한 방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할리우드의 차이니스 씨어터나 MGM 극장에서 첫 시사가 열리는 날, 초대 받은 사람들은 성대하게 차려 입고 행사를 즐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영화에 국한된 행사일 뿐, 시사회에 회사 런칭 행사를 ‘끼워 파는’ 일은 거의 없다.

또 하나의 대형 배급사 탄생이 우리영화 시장의 공정한 경쟁 룰과 규모 확대를 위한 것이라면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힘을 과시하려는 또 하나의 ‘공룡’의 몸짓이라면? 첫 걸음을 보면서 우려 반, 기대 반.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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