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영삼(金泳三)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며 1996년 4·11 총선때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장학로(張學魯)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비리' 폭로는 당시 야당이던 국민회의(현 민주당)가 제보자를 매수해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폭로전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96년 3월 국민회의 당사에서 장학로 비리폭로 기자회견을 했던 백모(45·여·서울 양천구)씨와 아들 김모(24)씨는 최근 "폭로 이후 심한 경제·정신적 피해를 입었는데도 약속한 대가마저 다 주지않고 있다"며 민주당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상대로 총 3억원의 약정금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냈다.
백씨는 장학로씨의 동거녀인 김모(53)씨 남동생의 전부인으로 그 해 2월 국민회의 오길록(吳佶祿) 종합민원실장에게 장씨의 축재비리를 제보하고, 같은 달 22일에는 장씨의 전부인 정모씨와 함께 폭로 기자회견을 했던 인물이다.
백씨는 소장에서 "오 전 실장이 집요하게 장학로씨 비리 폭로를 요구하면서 대가로 현금 1억원 큰 빌딩 내 구내식당 올림픽공원이나 시민공원의 매점 황금열쇠와 총재 시상 등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기자회견 직후 3,000만원, 4·11총선이 끝난 뒤인 9월 1,000만원을 백씨에게 현금으로 지급했고, 정권교체 후인 1999년 6월에도 3,000만원, 9월에는 1,000만원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측은 백씨에게 돈을 줄때마다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도의적 책임도 묻지 않겠다" "당에서 인간적으로 순수하게 지급하는 위로금"이라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백씨는 주장했다.
백씨는 "폭로 후 가정이 풍비박산나고 친척들과도 원수가 됐으며 아들도 자살을 기도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올해 8월 민주당 관계자를 만나 이런 사정을 설명하면서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해 '2억2,000만원을 더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돈을 받은 영수증과 각서, 당의 민원처리 공문, 2억2,000만원을 추가로 주겠다고 약속한 민주당 관계자와의 대화록 등을 법원에 함께 제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오 전 실장이 개인차원에서 4,000만원을 준 뒤에도 백씨가 민원을 계속 제기해 당 지도부에서 위로금으로 4,000만원을 추가 지급한 것"이라며 "백씨는 장씨 비리를 보다못해 폭로한 것일 뿐, 당 차원에서 매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 장학로 비리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가신 출신인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3당 합당 이후 부정축재해 온 사실이 15대 총선 직전인 1996년 3월 백씨 등의 기자회견으로 폭로되면서 정가에 엄청난 회오리를 일으켰다.
장씨는 검찰 수사에서 기업과 정당 관계자들로부터 27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로 4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복역 8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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