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급전이 필요해 카드 대출을 해준다는 사무실을 찾았던 회사원 정모(32·광주 동구 풍암동)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사무실 직원이 느닷없이 백화점 상품권을 무더기로 내밀더니 신용카드로 결제하라고 요구한 것. 망설이던 정씨가 어쩔 수 없이 10만원권 상품권 20장을 결제하자 이 직원은 장당 8만원씩 160만원을 현금으로 내주었다. 장당 2만원은 수수료라는 설명도 덧붙였다.정씨는 카드 대출업자가 다시 이 상품권을 백화점에 장당 9만7,000원 정도씩 받고 넘긴다는 사실을 알곤 깜짝 놀랐다. 사채업자는 앉아서 장당 1만7,000원, 백화점은 3,000원의 이득을 보는 셈이다.
백화점과 신용카드대출업자 등이 공모한 불법 '상품권 카드깡'이 활개를 치고 있다. 카드 대출업자 조모(37·광주 서구 화정동)씨는 "백화점상품권의 개인 신용카드 결제는 불법이지만 이미 보편화했다"며 "광주만 해도 이 방식으로 영업하는 업체가 20곳이 넘는다"고 귀띔했다.
특히 백화점에 물건을 납품하는 상당수 중소·영세업체들이 백화점측으로부터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대금을 받은 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카드 결제업자들에게 할인가격에 상품권을 넘기고 있어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B백화점에 의류를 납품하는 성모(52)씨는 "백화점측이 현금 대신 상품권을 떠넘겨 어쩔 수 없이 사채업자들을 통해 현금화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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