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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폭탄테러/휴일 "서양인 나이트클럽"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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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폭탄테러/휴일 "서양인 나이트클럽" 아비규환

입력
200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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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12일 발리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는 천혜의 지상낙원인 이곳을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었다. 현지 경찰은 9·11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와 연관된 이슬람 테러 세력의 소행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범행을 자처하는 집단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폭발 순간

이날 밤 발리 쿠타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밤의 명소 사리 나이트클럽 앞에 주차해 있던 차량에서 시한 폭탄으로 추정되는 고성능 폭발물이 터졌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나이트클럽 앞에 있던 미니밴이 갑자기 돌진한 뒤 폭발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있어 사건 경위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 폭발의 위력으로 나이트클럽 건물이 산산 조각나면서 손님들이 파편에 맞아 숨지거나 부상해 쓰러졌고 건물 밖으로 탈출하려고 한 많은 이들도 출입구를 찾지 못하는 사이에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고 현장을 빠져 나온 목격자들이 전했다.

경찰은 이날 나이트클럽 손님 500여 명 가운데 호주인이 40% 가량으로 가장 많았으며, 나머지는 독일인 영국인 미국인 등 서양인들이고 동양인으로는 일본인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발리에 도착해 바로 나이트 클럽을 찾았던 호주 퍼스의 킹슬리 축구클럽 코치 시몬 퀘일은 "클럽 안은 카오스(혼란) 그 자체였다"면서 "팀 선수가운데 12명은 간신히 빠져 나왔으나 7명의 행방은 아직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폭발로 나이트 클럽 건물이 완전히 소실되고, 불이 인근 건물로 번져 레스토랑과 카페 등 20여 채가 불타거나 붕괴됐으며 차량 20여 대도 심하게 파손됐다.

발리 주재 외국 공관 직원들은 시신이 안치된 발리의 주도 덴파사르 소재 상라병원 등 5∼6개 병원에서 자국인의 신원을 파악하려 하고 있으나 시신이 불에 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수사

경찰은 나이트클럽 폭발 사건이 사전에 준비된 것이며 거의 같은 시각에 덴파사르 주재 미국 영사관 부근에서 다른 폭발물이 터진 점으로 미뤄 의도적인 테러로 보고 있다. 발리 경찰청의 수야트모 대변인은 "우리는 사건의 단서를 갖고 있다"며 "경찰과 군은 항만과 공항을 차단해 용의자들이 외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날 오후 북술라웨시 주도 마나도 소재 필리핀 총영사관 공관 정문 부근에서 폭발물이 터진 사건과 이번 폭발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알 카에다 연계 가능성 이번 폭발 사건이 미국이 범세계적인 테러 경보를 내린 지 3일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알 카에다의 예고된 테러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9일 미 연방수사국(FBI)은 "미국 정부는 알 카에다와 극단적인 테러리스트들이 전세계 미국의 주요 시설물에 대한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에는 서방인에 대한 테러 공격 가능성을 알리는 첩보를 입수한 미국은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관과 수라바야 총영사관을 일시 폐쇄하고 자국 여행객에 대한 경계령을 내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미국 정부는 최근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테러행위와 녹음 메시지 등이 알 카에다에 의한 새로운 테러 공격이 시작됐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도 13일 "미국 영사관 주변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났고 두 번째 폭발도 외국인이 자주 찾는 사리 클럽을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을 볼 때 알 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테러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자카르타 외신=종합

■ 왜 발리 택했을까

테러범들은 왜 관광지인 발리를 택했을까.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인도네시아에서의 테러 가능성을 수 차례 경고했지만 수도 자카르타나 대도시가 아닌 휴양지 발리에서 테러가 터지리라고는 사실 생각하기 어려웠다.

테러리스트들은 이 점을 노렸을 것이다. 우선 발리는 세계적 관광지답게 테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미국, 호주, 영국 등 서방의 관광객이 주로 찾기 때문에 이슬람에 적대적인 이들 나라에 대한 동시다발적 경고 효과를 줄 수가 있다. 동양이 아닌 서방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사리 나이트클럽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으로 보인다.

나이트클럽은 또 좁은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최소의 준비와 희생으로 상당한 사상자를 낼 수 있으며, 사람들의 이동이 잦아 범행 실행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다.

힌두교가 우세한 발리는 지난 수 년 간 폭력사태가 빈발한 이슬람 지역과 달리 인도네시아에서 비교적 테러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경계가 느슨했다. 9·11 이후 자카르타의 미국 대사관 등 인도네시아에 있는 서방 국가의 주요 시설들은 철통같은 경계를 펴고 있고, 테러 정보가 입수되면 공관을 바로 폐쇄해 버려 테러를 실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설령 테러가 성공했더라도 많은 희생자를 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발리는 미국의 이 지역 최대 동맹국이자 인도네시아와 지역 패권을 다투는 경쟁관계에 있는 호주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도 이번 테러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호주는 미국의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군인 150여명을 파견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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