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피해를 당한 호주는 13일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군용기를 급파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국가비상령을 내리고 인도네시아 내 자국 공관이 테러 공격을 당한 필리핀, 미국은 경계 태세를 높였고, 각국은 자국민의 발리행 자제를 권고했다.■각국 반응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을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규정했다. 그는 회견 직후 발리섬 사고 현장으로 날아갔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무차별적이며 잔인한 비열함에 대해 모든 호주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14일 국가안보위원회를 열어 모든 것을 다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관측통들은 인도네시아에 잠입한 알 카에다 조직이 영국과 함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호주를 응징하기 위해 평소 호주인들이 몰리는 장소를 택했다는 설을 제기하면서 9·11 테러 후 1년 1개월 1일이 되는 시점에 맞춰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는 '트리플 원 시나리오' 가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도 "독일정부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메가와티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테러범을 검거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인도네시아를 도울 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전세계 자국 공관과 자국 분쟁지역 시설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아부 사야프 이슬람반군, 모로 이슬람민족해방전선 등의 추가 테러에 대비했다.
■발리 표정
폭발이 일어난 사리 클럽은 호주 서핑객들이 즐겨 찾는 쿠타 해변의 노천 디스코텍으로, 길 건너편의 '패디 바'와 함께 외국인의 출입이 잦았던 명소였다. 폭발 당시 두 클럽은 만원 상태였다. 발리 내 외국인들은 이날 급하게 귀국을 서둘러 발리국제공항이 크게 붐볐다.
폭발 사건의 부상자 상당수는 호주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의사 크리스틴 포스터는 "부상자의 75%가 호주인이며 나머지는 스위스 독일 스웨덴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지의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는 이날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실은 군용기를 현지로 급파, 이날 밤 사망자 및 환자들을 본국으로 공수했고 퍼스, 다윈, 브리즈번 등 호주 주요 도시 병원들은 환자 공수에 대비, 혈액을 확보하는 등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영국인의 경우 최소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고, 일본의 경우 여성 관광객 4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한 프랑스 관광객은 2차례 폭발음을 들었다면서 "모든 이들이 고함을 질렀고 사방엔 온통 먼지 투성이였다. 수백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추가 공격을 두려워하며 해변에서 밤을 지샜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이후 뉴질랜드 정부가 발리섬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입장을 밝혔다가 곧바로 발리섬 방문을 금지시키는 등 영국, 일본 등 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발리 행을 억제했다.
/발리 외신=종합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