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망치게 하는 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와 "지금이 바닥이다"가 대표적일 것이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 관련주가 폭등할 때도 시장을 주도하는 논리는 "이번에는 다르다"였다.투자가치의 평가에서부터 투자지표, 투자전략 등 모든 면에서 과거의 상식을 부정하는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라는 절묘한 문구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심지어 가치 투자의 대명사인 워렌 버핏마저도 한 때 바보 취급을 받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미국에선 'IT버블'이 소수의 슈퍼부자와 정치세력의 결탁에 의해 조작된 세기의 음모라는 내용의 책까지 나와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나올 때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에도 불구, 세계적인 IT열풍의 한 가운데서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 역사적 버블의 또 한 장을 장식하게 될 20세기말 기술주 버블의 뒤안길에서 씁쓸히 되씹는 말이 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이 바닥이다"라는 말도 투자자를 망치기 쉽다. 주식시장에서 '바닥'이라는 말은 원래 오르막길에서 뒤를 보며 하는 확인의 표현이다. 그런데도 떨어지는 내리막길에서 앞을 보고 하는 예측의 대상으로 오용되고 있다. 듣기는 좋지만 투자의 대원칙인 손절매를 막아 피해만 키울 수 있다.
지금처럼 불안한 증시에서 막연한 낙관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닥 논쟁을 지켜보며 당분간 "떨어지는 칼을 잡지 마라", "폭락 다음 날이 바닥은 아니다"라는 경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래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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