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금메달을 들고 두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 고향 산소를 찾아가고 싶습니다."13일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복싱 웰터급결승서 세르게이 리크노(카자흐스탄)를 31―30으로 꺾고 우승한 김정주(21·상지대)는 경기가 끝난 뒤 "아버지, 어머니의 나이를 잘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12세때 간암으로 아버지(김춘호)를 여읜 그는 한참 복싱에 재미를 붙이던 진주 중앙중 3학년 시절 경기가 끝난 뒤 어머니(전금아)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을 들었다. "아빠 얘기만 나오면 기분이 안 좋아 아이들을 두들겨 패주곤 했다"던 그는 엄마마저 잃은 뒤 링에 오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사각의 링은 1남2녀중 막내였던 그에게 외로움과 슬픔을 잊게해 준 유일한 장소였다. 두 누나와 함께 어렵게 자란 그는 "복싱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탈선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슬픔은 계속됐다. 지난해 2월 선수생활을 후원하던 큰아버지(김춘석)마저 오랜 지병을 비관하다 음독자살, 큰 충격을 안겼다.
올 3월 태극마크를 단 김정주는 해발 1,500m의 고지대인 태백 선수촌에서 산악훈련 등 하루 6시간의 고된 훈련을 꿋꿋이 소화하며 생애 첫 국제대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서 금메달을 딴 뒤 학교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그는 "우승 포상금은 모두 큰 누나 시집비용에 보태고 남은 돈으로 여자친구와 커플핸드폰을 사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김기석(22·서울시청·라이트플라이급)과 김원일(20·한국체대·밴텀급)도 각각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백종섭(22·대전대)과 최기수(32·함안군청)는 은메달에 그쳤다.
/마산=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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