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최고의 정치 지도자를 뽑는 열 여섯 번째 대통령 선거가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자들은 많지만 현재 3명의 후보가 유력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념이나 정책 성향은 뒷전으로 밀리고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무슨 '연대'니 '공조'니 하는 정치세력들간의 합종연횡이 한창이다.선거일이 아직은 좀 남아서 그런지 후보자들 캠프나 언론 매체 등 모두가 겉으로는 여유 있는 모습이다. 때때로 개최되는 후보자 초청토론회나 기자회견에서 후보자들은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는가 하면, 상대방에 대한 비난도 아직은 독기가 덜 서려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들이 이 나라 대통령 선거의 참 모습이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선거가 막판으로 다가갈수록 저질스런 인신공격이 판을 치게 된다. 또 어느덧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판단되면 망국적 지역감정까지 동원하여 표를 끌어 모으고, 상대후보에게 치명타를 가하여 승리를 결정 지으려 들기 때문에 선거판은 온통 난장판으로 변하고 만다.
이로 인해 국민은 정치를 혐오하고 정치인을 불신하게 되기 때문에 비록 어렵게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집권여당과 정치지도자는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냉소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따라서 이와 같이 잘못 자리잡은 우리의 선거풍토와 정치문화를 하루 속히 개선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을 통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집권을 하는 정책선거 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나라의 정당들이 하루 속히 이념정당으로 탈바꿈해야만 할 것이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이나 잘난 인물 몇 명을 중심으로 하는 인물정당이 아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급조된 정당은 더더구나 아닌,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이념과 소신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이념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투표를 하는 국민은 후보자의 지연이나 혈연만을 보고 투표하던 과거의 그릇된 관습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이제부터는 후보자가 공약으로 내건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를 하는 등 유권자의 투표행태가 성숙해져야 한다. 또한 공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다음 번 투표에서 이를 반드시 응징하는 자세도 가져야 할 것이다.
셋째로, 시민단체나 언론매체 등은 저질스런 인신공격이나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이 더 이상 이 땅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할 것이다.
끝으로, 정책선거의 실현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모임인 각종 학회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통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정책선거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외국의 선진 선거문화를 소개하는 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 병 진 한국정책학회 회장 경희대행정대학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