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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도서전서 포럼 이호철·황석영씨/"남북단절 獨보다 심각… 국제연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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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도서전서 포럼 이호철·황석영씨/"남북단절 獨보다 심각… 국제연대 절실"

입력
200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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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경우 통독 이전 동독이 지속적으로 서독 문화와 정보를 접할 수 있어 서로간의 장벽이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한은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통로가 차단돼 있어 분단 5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제54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전시장 5번 홀에서 12일 오전11시에 열린 한국문학포럼에서 소설가 황석영(59)씨는 "한국의 분단상황은 독일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도서전 기간 열린 심포지엄 '지구의 미래' 중 '분단 국가, 분단 문학'을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우리 작가 황석영 이호철씨가 참석해 한국의 분단 상황을 알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초 강연 계획을 잡았다가 독자와의 대담으로 형식을 바꾼 이 자리에서 황씨는 "통일된 독일이 부럽다"면서 "남북한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손님'과 '오래된 정원'의 2003년 독일어 번역 출간을 앞두고 도서전에 참석한 황씨에게는 이날 통일을 극복하려는 한국인의 노력과 각오를 묻는 질문이 집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청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독일과 비교해 한국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일제 청산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군사정권이 들어서 그동안 통일로 가는 길이 거의 닦여지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이제야 조금씩 교류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문제는 남과 북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면서 특히 "분단 극복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연대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국 분단의 주변부적 특징을 설파하면서 통일 방식은 '제3의 길'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참석한 이호철(70)씨에게는 분단으로 인해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가족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씨는 2000년 북한을 방문해 누이동생과 상봉했던 감회를 들려주면서,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이가 없었다. 헤어질 때 열 살이던 동생이 환갑이 다 됐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면서 "독일도 분단의 아픔을 겪었지만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독일 펜드라곤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된 연작 장편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에 실린 이야기 몇 편을 들려주면서 "남북한의 분단이란 결국 가족사의 비극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살림공동체'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독일의 문학평론가 토마스 호케의 사회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독일 국영방송 ZDF로 중계됐다. 연단 주변에 마련한 100여석이 독일 독자들로 꽉 찼다. 참석자들은 황씨와 이씨에게 한국의 여성문학, 한국의 분단현실 및 독일 분단과의 공통점과 차이점, 분단 극복을 위한 작가들의 역할 등을 물었다. 대담이 끝난 뒤에도 두 작가 주변에 모여 질문하고, 사진촬영을 요청해 다음 행사가 10여 분 연기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박환덕)과 함께 행사를 주관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기획자 이르마 부페씨는 "처음 시도한 작업에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며 "앞으로 계속해 나가겠다.한국 작가들이 적극 참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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