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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자가치료가 病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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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자가치료가 病키운다

입력
200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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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은 대한 간학회가 지정한 '간의 날'. 간은 인체의 대사작용을 총괄하는 중요한 장기지만 기능이 크게 떨어져도 거의 증상이 없다. 이 '침묵의 장기'는 40대 남성에게 가장 큰 적이다. 40대 남자 사망률은 여자 사망률의 3배나 되는데 암에 이어 만성 간질환이 두번째 원인이다. 특히 40대 여성과 비교하면 같은 연령대 남자의 간질환 사망은 9배나 많다. 만성 질환이다 보니 자가진단 및 처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간염 치료제를 과신, 남용하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적절한 치료를 놓치기 쉽다. 만성 간염, 간경변, 간암 등 만성 간질환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B형 간염은 최근 라미부딘 성분의 치료제(제픽스)가 나와 널리 쓰이고 있다. 라미부딘은 환자의 15∼20% 정도는 약을 끊어도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효과가 좋고, 60∼70%는 약을 장기 복용하면서 병을 관리할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15∼20%가 약에 대해 내성이 생긴다는 점.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 교수는 "간질환 환자들이 치료약의 효과를 맹신, 일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약을 구입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치료제를 남용하면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내성이 생기면 결국 간이식 등 다른 치료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 교수는 "내성이 있더라도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다"며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약을 복용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라미부딘 저항성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로 아데포비아가 미 식품의약국(FDA)을 통과해 국내 도입이 심의중이다.

또 성분이 불분명한 약이나 건강보조식품, 민간요법 등을 믿다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일도 잦다. "내 병은 내가 안다"며 인터넷 등을 통해 엉뚱한 건강식품을 사먹는 경우가 대표적. 간은 체내에 흡수된 약이나 음식물을 분해, 흡수, 저장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독 성분은 손상된 간에 치명적인 부담을 준다. 경희의료원 내과 김병호 교수는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불분명한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이 아니라 금주와 적당한 운동, 균형식으로 정상 생활을 유지하면서 의사에게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간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증상이 자각되면 피로회복제에 기대지 말고 지체 없이 내과를 찾아야 한다. 보통 구역, 구토, 식욕감퇴를 동반한 만성 피로감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되는 황달 체중 감소 장내 가스가 차는 복부 팽만감과 복통 진한 오줌 복수로 인한 복부 팽만과 부종 등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른 간염 종류와 달리 만성화하는 B형, C형 간염은 대부분 보균자인 산모로부터 신생아로 수직감염되거나 성관계, 주사 등을 통해 감염된다. 성인이 돼서 B형 간염에 감염된 경우는 3∼4개월 내 완치되는 급성간염이 대부분이나 신생아때 감염된 경우는 95%가, 소아 감염자는 50%가 만성으로 진행된다. 즉 B형 간염에 대한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백신접종이 널리 보급된 현재 유아들 사이에선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1%(전체 국민 보유자는 6∼7%)로 떨어졌다. C형 간염은 예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신, 피어싱, 마약주사, 무분별한 성관계를 피해야 한다.

한편 한국일보사와 간학회는 20일 오전 7시 남산공원에서 거북이마라톤을 공동 개최, 시민들이 빨간 조끼를 입은 의사들과 함께 남산을 걸으며 간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시간을 마련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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