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완치가 가능한 질병일까? 아직까지 대부분의 의사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열심히 치료해도 3년 후에는 90%가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니 말이다.하지만 비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제 기대를 가져도 좋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식사요법과 운동요법 대신, 식욕과 포만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에 눈을 돌려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질은 식욕을 조절해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즉 저녁을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면 다음날 아침에는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게 만든다. 또 다른 물질은 우리 몸에 지방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체신호에 반응해 칼로리 높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학자들은 이러한 물질들이 뇌와 신체 사이에서 밀접하게 신호를 교환함으로써 식사행동을 조절하는데, 비만은 이러한 신호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을 것이냐 하는 단순한 결정이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니 놀랍지 않은가?
각자의 체중은 태어날 때 이미 어느 정도 결정된다. 그 수준에서 10% 정도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신체는 통제장치를 통해 식욕이 당기게 해서 음식을 많이 먹게 하거나 음식을 봐도 입맛이 별로 당기지 않게 해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결정된 체중 범위 내에서 운동이나 식사로 어느 수준까지는 조절할 수 있지만 타고난 체중 수준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1994년 발견된 렙틴이라는 물질은 뇌와 신체의 신호전달체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다이어트로 체중을 줄이면 지방량이 줄면서 렙틴 수치도 낮아진다. 이 때 뇌는 무언가 이상이 생겼다고 감지, 섭취량을 늘리고 지방을 저장하라는 신호를 신체에 보내면서 렙틴 수치도 다시 올라간다. 이 밖에도 섭식행동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화학물질이 해마다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어느 학자는 섭식을 조절하는 물질의 발견은 마치 그림맞추기 퍼즐과 같아서 언젠가는 이 퍼즐을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비만은 의지력이 약하고 게으른 사람에게 생기는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는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비만은 분명 질병이며 의학적으로 완치 가능한 날이 곧 올 것이다.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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