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최대 규모의 대 서방 테러로 기록될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 사고를 계기로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대 테러전에 불만이 강한 이슬람권의 중심 국가에서 대규모 테러가 빈발할 경우, 사건 자체의 여파는 물론 예방 활동과 범인 색출을 둘러싼 갈등이 아시아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테러의 새 기지?
호주의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13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인도네시아에 근거를 둔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와 이 단체의 지도자 아부바카르 바시르(사진)를 지목했다. 그는 "JI가 알 카에다와 연계를 갖고 있으며 호주는 이미 수 차례 이들의 테러 징후를 경고했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빈 라덴'으로 불리는 우즈타즈 함바리와 바시르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 단체는 동남 아시아 이슬람 제국 건설을 주장하며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미국, 영국, 호주인을 상대로 테러를 시도한 바 있다. 국제 사회의 줄기찬 체포 요구에도 바시르는 인도네시아 경찰의 묵인 아래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JI는 알 카에다와 관련이 없지만 오사마 빈 라덴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술라웨시와 말루쿠 지역의 기독교도를 상대로 테러를 해 온 이슬람 준군사 조직 라스카르 지하드와 이슬람전선수비대도 대표적인 조직이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2억 1,000만 인구의 85%가 교도인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다. 중동권에 비해 비교적 온건 성향을 띠지만 팔레스타인 유혈 충돌이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가 불태워지는 등 반미 감정은 매우 강하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데다 치안 공백지대가 많은 인도네시아에는 곳곳에 다수의 이슬람 무장단체가 은거하면서 일찌감치 알 카에다의 최적의 은신처로 꼽혀 왔다. 전문가들은 철권 통치를 펼친 수하르토 정권이 1998년 물러난 뒤 상대적으로 장악력이 약한 BJ 하비비, 압두라흐만 와히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정권 하에서 각종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CNN은 올초 "오사마 빈 라덴이 2000년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 작전 기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할 것을 검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대(對)테러 전선
지난해 아프간전 이후 아시아로 대 테러 전선을 확장한 미국은 일찍부터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해 왔다. 인권 등의 문제로 껄끄러웠던 태도를 버리고 1999년 동티모르 유혈사태 이후 이어지던 군사제재 조치를 해제하고 테러 및 마약조직 소탕을 위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부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주변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비해 인도네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23일 자카르타의 미국인 숙소 부근에서 차량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등 치안 불안을 우려한 미국은 9·11 테러 1주년을 맞아 자카르타 주재 대사관을 6일 동안 폐쇄했으며 적절한 보호조치가 없을 경우 공관 직원 철수를 경고하고 있다.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력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정치권과 달리 인도네시아 이슬람권은 최근 미국의 이라크 공격 움직임에 대해 "이는 국제법 위반이며 국제평화를 짓밟는 행위인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발리는 어떤곳
인도네시아 사상 최악의 폭발테러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세계적인 휴양지인 발리섬 남부의 쿠타 해변이다. 쿠타(Kuta)는 성곽, 요새란 뜻으로 쿠타 해변은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약 6㎞에 이르는 초생달 모양의 해변은 호주 서핑객들이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로 밤거리도 발리섬에서 가장 화려하다.
'신들의 섬'이라는 뜻의 발리섬은 자바섬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민의 95%가 힌두교도로 이슬람이 우세한 인도네시아에서 독자적인 문화를 이루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백개의 힌두 사원을 보유한 발리가 1998년 수하르토 정권 붕괴 이후 인도네시아를 괴롭힌 종교, 민족적 갈등과는 무관한 평화로운 곳이라고 강조하며 관광객 유치에 힘써 왔다. 발리에는 연간 약 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올해 동남아 지역 주요 테러
4.3=인도네시아 북동부 말루쿠 주도 암본 도심에서 차량폭탄 테러로 4명 사망, 50여명 부상
4.20=필리핀 남부 헤네랄산토스섬에서 미군 파견에 항의하는 연쇄 폭발물 테러로 14명 사망, 60여명 부상
6.5=인니 술라웨시섬 버스폭탄 테러로 4명 사망, 17명 부상
8.31=인니 파푸아에서 자유파푸아운동(OCM) 소속 추정 무장괴한들 민간 차량에 무차별 총격, 미국인 2명 등 3명 사망, 12명 부상.
9.10=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총영사관 테러 위협으로 폐쇄
9.18=인니, 거물급 테러 배후 인물 아부 바카르 바시르에 대한 조사 등 대대적인 테러조직 소탕 발표
9.23=인니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 부근 자살 폭탄 테러
10.2=필리핀 남부 삼보앙가에서 이슬람 테러조직 아부사야프 폭탄테러로 미군 1명 등 3명 사망
10.10=필리핀 남부 키다파완시 버스터미널에서 공산주의 신인민군(NPA)의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로 8명 사망, 19명 부상
10.12=인니 발리섬 나이트 클럽서 테러 추정 폭발사고로 187명 사망, 300여 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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