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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앞과 뒤/대선후보 특보단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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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앞과 뒤/대선후보 특보단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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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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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그들을 흔히 '벤처기업인'에 비유한다. 불확실성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게 그렇다. 그들도 이런 비유를 굳이 마다하지 않는다. 정치에 뜻을 두었거나, 행정부처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해 보고자 한다면 지름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름아닌 각 대통령 후보의 특보들이다.특보에 대한 각 후보의 관심은 각별하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사석에서 "특보는 나의 분신"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특보는 각자의 분야에서 나의 대리인"이라고 한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특보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때로는 후보의 '혀'가 되고, 때로는 후보의 '머리'가 된다.

현재 각 후보 진영에서 움직이고 있는 특보는 50대 안팎의 연령에 전직 언론사 간부나 정부 관료, 기업인, 대학교수 등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갖고 있다.

이 후보나 노 후보에게는 30명 안팎의 특보가 몰려 있고, 정 의원은 아직까지는 작은 규모의 특보단을 구성해 놓고 있다. 특보 외에 보좌역 그룹도 있는데 이들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특보 아래에서 실무를 주로 맡고 있다.

■청와대의 비서관과 유사

특보는 청와대 비서관을 연상하면 그 역할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관들이 전문 분야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한다면 특보는 대통령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한다.

현안에 대한 각종 전략 수립에서부터 중·장기 대선 전략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활동 분야는 광범위하다. 언론담당 특보들은 각 언론의 논조를 분석, 언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무담당 특보들은 각종 현안에 대한 후보의 정치적 판단을 돕고 쟁점을 만들어 낸다. 정책특보는 각종 공약 개발 등 집권 이후의 청사진 마련에 주력하는 편이다.

보좌역들은 후보의 각종 연설문과 인터뷰 답변 자료 등을 작성하는 한편 특보의 손과 발이 된다. 보좌역은 현장에 밀착돼 있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역은 지난 주말에도 서울지검 기자실을 찾았다. 반가운 손님 대접은 받지 못해도 그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이곳을 찾는다. 병풍(兵風) 공방과 관련, 검찰 출입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의 해명과 반론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후보에게 인정받아야

'권력은 거리(距離)'라는 말이 있다. 최고 권력자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힘이 커진다는 뜻이다. 특보들은 후보와 지근 거리를 유지하느라 애를 쓴다. 대선 승리를 위해 한 배를 타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후보 곁으로 다가 서기 위한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이 후보의 한 특보는 "가치 있는 정보를 누가 먼저 보고하느냐, 또 이를 바탕으로 누가 가장 적절한 조언을 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며 "후보의 신임을 얻는 데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의 한 특보는 "기능이 갈라져 있어 특보단 내부의 경쟁이 대단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후보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모 후보 진영에서는 한 특보가 다른 특보들 몰래 후보에게 별도 보고를 하는 등 '단독 플레이'를 하다가 눈총을 받기도 했다.

원외 특보와 현역 의원과의 관계는 대체로 매끄럽지 못하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후보가 특보들에 둘러싸여 의사결정 과정이 경직돼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반대로 원외 특보들은 "의원들이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즉흥적 대응만을 주문한다"며 못마땅하게 여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때 모 후보 진영에서는 '심기 보좌'라는 말이 나돌았다. 후보의 심기를 지나치게 살피는 몇몇 특보들의 양태를 빗댄 말이다.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후보가 인상을 쓰니 몽둥이를 들고 설친다"고 못마땅했다.

■"꿈을 먹고 산다"

돈 문제가 나오면 그들은 손사래를 친다. 너나 할 것 없이 말을 아낀다. 특보의 경우 어느 후보 진영이든 고정 급여가 없다.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활동비가 있지만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이다. 노무현 후보의 한 특보는 "국민경선 때는 4개월 동안 고작 200만원을 받았다. 그 뒤로는 월 200만원 정도가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한나라당의 한 특보는 "이전 직장에서의 퇴직금 등 그 동안 벌어놓은 것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 두 세 달만 넘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50대 안팎의 특보들과는 달리 30대 후반, 40대 초반이 주류인 보좌역들은 생활이 빡빡하다. 후보가 지원하는 활동비는 월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역은 매일 같은 양복에 같은 넥타이만 매고 나와 '단벌 신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내키지 않아도 중·고교 동창이나 친구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역은 "우리는 돈이 아니라 꿈을 먹고 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역은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 앉아 있다가 후보가 술을 따라주며 '고생했다'고 한마디 했는데 그게 큰 힘이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많을수록 좋지만 비대하면 곤란

특보단의 규모는 대선이 가까워지면 커질 수밖에 없다. 각 후보 진영이 "우군은 많을수록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아직 눈에 띄지 않지만 과거에는 '명함 특보'도 많았다. 아무런 역할이 없으면서 이름만 걸어 둔 특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충원 방식은 후보측에서 영입하는 경우와 본인이 희망해 접근해 오는 경우가 거의 반반이다. 각 당 실세들의 지원을 받아 특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에는 잡음이 일기도 한다. 모 후보의 경우 기존의 특보들이 일부 새로 임명된 특보들에 대해 "특보감이 아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특보들은 누구나 특보단이 비대해 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숫자가 한정적 이어야만 자신만의 역할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특보 지원자는 더욱 늘겠지만 그 만큼 진입 장벽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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