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15일 첫 실시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교육관계자와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몰라 초긴장상태다.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번 평가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소식을 접했다. 비록 일부 지역에서 조사한 것이지만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1학년 학생 10명 가운데 1명이 학습 부진이고, 초등 3학년 수준의 읽기·쓰기·셈하기조차 하지 못하는 기초학습 부진아도 100명 중 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0명중 8명이 과외를 하고 국내총생산(GDP) 중 사교육비 비중이 세계 1위인 나라의 기초학력 성적표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교육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에 지식을 담아내는 종합 예술이다. 즉 지(知), 정(精), 체(體)가 완벽한 3박자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공부(知)만 강조하느라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고 운동 대신 보약으로 허약한 기운을 보충한 결과, 학생들의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精)이다. 요즘 교육은 한마디로 정신이 미숙하고 육체적으로 허약한 뚱보에게 공부라는 짐까지 지운 꼴이다.
이제는 아이들의 '정신'교육에도 신경을 써 절름발이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눈 높이를 맞추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밑에 서야 한다. 영어의 'understand'는 '아래에 선다'는 뜻이다. 이해하고자 하는 대상보다 아래에서 그들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자식 내가 제일 잘 안다"라든지 "내 어렸을 때 더 힘들게 공부했다"는 식의 부모중심적 사고는 아주 위험하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것은 눈이 나쁜 아이를 교실 맨 뒷자리에 앉히는 것과 같은 아동 학대다.
우리 학교와 사회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학습부진아라는 낙인을 찍기에 급급하고 있다. 최소한 부모만이라도 자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때다. 혼자서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좋다. 다만 부모 입장에서, 그리고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이번 평가가 아이들의 정신적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정찬호 정신과 전문의·마음누리 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