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朴泰俊·75·포스코 명예회장·사진) 전 총리가 북한으로부터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직을 제의받은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중국 당국에 의해 연금, 조사를 받고 있는 양빈(楊斌·39·어우야 그룹 총재) 초대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은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전해졌다.박 전 총리와 가까운 재계 고위인사는 이날 "박 전 총리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楊 장관의 후임으로 신의주 특구 장관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박 전 총리는 특구 장관을 맡을 의향을 갖고 있으나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로 최종 승낙은 하지 않은 상태"라며 "북측은 楊 장관의 가택 연금 직후 장관직을 제의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3면
북측의 제의는 楊 장관의 연금으로 위기에 몰린 신의주 특구 사업을 남한의 도움으로 진행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북측이 어떤 경로로 박 전 총리에게 이 같은 제의를 전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 전 총리는 조만간 북한의 특구 장관직 제의 사실과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기장군의 자택에 머물고 있는 박 전 총리는 이날 저녁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한국일보 기자를 비롯한 보도진과의 접촉을 일절 거부했다.
이에 앞서 북중 관계에 정통한 뉴욕의 정보소식통은 "북한과 중국은 최근 楊 장관 문제 처리를 협의, 楊 장관을 조기에 사임시키고 제3국 인물을 후임으로 임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양측은 박 전 총리를 서로 양해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남측 인사가 신의주 특구 장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내법적 판단은 아직 없다"면서 "장관의 자격, 지위 등에 대한 북측의 후속 법령이 나오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총리는 일본에서 요양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3.2㎏의 폐 물혹 제거 수술을 받고 5월17일 귀국, 고향인 부산 기장군의 자택에 머물며 대외 활동을 피해 왔다. 박 전 총리는 9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을 관전했고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하는 등 건강을 회복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뉴욕=신용일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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