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내놓은 '경제현안 종합대책'은 부동산시장 안정, 증시 안정, 가계대출 억제 등을 망라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상당히 강력한 조치들로 채워졌다. 문제는 외생 요인인 미국 등 세계적인 경제 불안이 지속될 경우 이번 대책도 버팀목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점. 특히 증시 대책의 경우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주식시장을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부동산 안정 대책
가장 강력한 조치를 담고 있는 부동산 대책 중에서도 특히 핵심적인 내용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기존 '투기과열지구'와 별도로 '투기 지역'을 신설키로 한 것. 투기 지역에서는 3년 보유, 1년 거주 요건을 갖춘 '1가구 1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 보유자가 내년부터 양도소득세를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야 한다. 개별 사례에 따라 편차가 크겠지만 양도세 부담이 30∼80% 늘어날 전망. 이 같은 조치에도 가격 급등세가 잡히지 않으면 양도세율(9∼36%)에 최고 15%포인트까지 세율을 가중하는 탄력세율을 적용키로 해 최악의 경우 투기 지역 내 세부담은 최고 3∼4배 가량 늘어날 수 있다.
투기지역이 아니더라도 양도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과세되는 '고급주택' 기준이 '고가주택'으로 변경된 것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고급주택은 시가 6억원 이상에 전용면적이 45평 이상이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면적과 관계없이 시가가 6억원 이상이기만 하면 '고가주택'으로 분류돼 기준시가가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증시 안정 대책
증시 대책은 외부 요인에 의해 우리 시장이 지나치게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장기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데 역점을 뒀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시장 '수혈'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연금제 조기 도입. 강제성을 배제한 '임의 제도'로 운용하고 적용 대상 근로자, 갹출액 등 대부분 조건을 현행 법정퇴직금제에서 그대로 준용키로 해 노동계의 반발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로는 주식연계채권 등 원금 보전형 상품 도입 증권사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직접 주식투자 허용 배당을 중시하는 기업 위주의 주가지수 개발 등이 눈에 띈다. 특히 배당을 중시하는 우량기업 50여개로 구성한 주가지수를 내년 6월까지 개발, 이를 토대로 펀드 등을 만들 수 있게 한 조치는 국내 주식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억제 대책
지난달 9일부터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했던 담보비율 하향조치(최고 60%)를 내주 중 전국으로 확대한다. 담보 가치가 1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현재 7,000만∼8,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금융 당국은 이번 조치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2조3,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 신용카드사 등 전 금융권에 대해서는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가계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추가적으로 더 쌓도록 했다. 은행권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는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 문답풀이
경제현안 종합대책에는 '투기지역' 등 새로운 정책 구상이 담겨 있다.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한다.
―내년부터 양도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되는 투기지역은 어떤 개념인가.
"현재 건설교통부 장관(시·도지사)이 지정하는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달리,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정하는 별도의 투기관리 지역이다. 올해말까지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지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투기지역 지정 기준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건교부와 협의해 정한다. 평상시에는 지정하지 않고 있다가 투기에 대처할 필요성이 발생할 경우에만 지정한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양도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되고 현행 양도세율(과세표준별 9∼36%)에 최고 15% 포인트 탄력세율을 추가할 수 있어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부과하는 기준이 현행 '고급주택'에서 '고가주택'으로 바뀌는데.
"현행 고급주택 기준은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45평 이상, 시가 6억원 초과 규정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고가주택은 이중 면적 기준을 없앴다. 전국적으로 시가 6억원 이상 아파트는 6만5,000여채로 이 중 전용면적 45평 미만으로 새롭게 중과 대상에 포함되는 주택은 4만5,000채 가량이다. 중과 대상이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중 80∼90%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서울 강남 지역에 집중해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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