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한 고위 인사는 11일 "박 전 총리가 북측으로부터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직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3차례나 본보 기자에게 확인했다. 이 인사는 이날 오전 처음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뒤 오후와 저녁에 기자가 거듭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는 박 전 총리측이 북한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고 전하자 "그 분이 현단계에서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 인사는 "박 전 총리는 신의주 특구 장관직을 제안 받았다고 밝히면서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며 "그러나 나중에는 현 정부와 정치적 관계 등을 거론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박 전 총리는 "왜 발표를 하지 그러십니까"고 묻자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박 전 총리는 이날 부산 기장군 장안읍 일랑리 자택의 대문을 굳게 닫고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박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이날 밤 "한국일보 보도 내용을 팩스로 받아보고 박 전 총리에게 보여드렸는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박 전 총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총리 자택에 머물고 있는 김 모 보좌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문에 보도된 내용은 처음 듣는 소리다. 사실이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은 뒤 2시간 가량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택 벨을 눌러 박 전 총리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박 전 총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박 전 총리는 지금 집에 없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박 전 총리의 핵심 측근들은 "현재 박 전 총리가 자택에 있다"고 확인했다. 동네 사람들도 "오늘 박 전 총리를 봤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낸 조영장(趙榮藏) 전 의원은 이날 사견임을 전제로 "일국의 총리까지 한 분이 어떻게 북한의 임명장을 받을 수 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부산=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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