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합격자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실무 수습을 받을 법인이나 기관이 없어 '취업대란'을 겪고 있다.7일 재정경제부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된 공인회계사 합격자 1,006명 가운데 대학 재학생 등 당장 실무 수습을 받을 필요가 없는 200여명을 제외한 800여명이 실무 수습을 받을 회계법인이나 금융기관 등을 찾아 취업을 시도하고 있다.
현행 법상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공인된 법인이나 기관 등에 취업, 2년 이상 실무 수습을 거쳐야 재정경제부에 정식 회계사로 등록돼 독자적인 회계 감사나 법인 개설 등이 가능하기 때문. 여기에다 지난해 합격자 1,014명 가운데 재수를 했던 200여명까지 가세한 상태다.
그러나 합격자들이 선호하는 삼일, 안진 등 5대 대형 회계법인의 올해 채용인원은 300명 안팎이고 수습기관으로 인정된 금융기관 및 상장사, 50여 중소회계법인 등은 100명 안팎을 뽑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합격한 예비 공인회계사 600명 이상이 과거 '최고 전문직'으로 꼽혔던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해 '취업 재수생'으로 남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계사 길을 포기하고 다른 자격증으로 눈을 돌리는 합격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합격자 가운데 30여명은 7급 세무공무원이나 보험계리사 등 다른 자격증 취득시험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정확한 수요 예측도 없이 지난해부터 합격자수를 500명대에서 2배로 늘리고 공급 폭증에 불안감을 느낀 기존 회계사들이 거의 개업을 하지 않으면서 합격자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보통 4∼5년 공부를 해서 어렵게 합격한 이들이 수습을 받을 곳이 없어 방황한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낭비인 만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호기자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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