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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양극의 두 여성작가 독일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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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양극의 두 여성작가 독일서 주목

입력
2002.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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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월 독일 출판계엔 두 여성작가의 작품이 주목된다. 다그마 로이폴드(47)의 소설 '에덴 광장'과 극작가 엘프리데 옐리넥(56)의 희곡 '알프스 도정에서'가 그것이다.이 두 작가의 세계는 대극적이다. 소설 '깃털의 무게' 산문집 '증류' 등으로 명성을 얻은 중견작가 로이폴드의 세계는 신경증적이도록 섬세하고 내면적이고 시적인 관찰의 힘과 신뢰를 주는 경험적 문장으로 경쾌하게 구조되어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소설 '피아노를 치는 여자' 희곡 '클라라 S' 등으로 알려진 옐리넥의 세계는 이념적이고 도전적이며 암호적이고 히스테리적인데다 경험이 아닌 추체험들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주인공들은 숙명의 절벽 앞에 선 메데아같은 존재들이다. 더구나 그들은 신성하게 보존돼 있는 기존가치에 도전해 금기를 부수는 벅찬 임무의 수행자들로 임명돼있다. 그러니 그들이 토해내는 언어들 속에서 공격적인 화약 냄새가 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금발의 한 독일 여자가 이제는 황무지로 변해버린, 그래서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결혼생활의 파국 앞에서 문득 한 이탈리아 남자를 만나 지독한 사랑에 빠진다. 비밀에 부쳐지고 금지된 이 사랑을 위해 그들은 매번 밀회를 위한 새로운 호텔을 찾아 전전한다. 금지된 사랑을 위해 스스로의 도덕에 미행당하며 그래도 목마르게 찾을 수밖에 없는 이 유동적인 밀회장소, 그들은 이것을 '에덴 광장'이라고 부른다. 이 에덴 광장에서 그녀의 연인이며 정부인 그 남자는 오직 M이라는 이니셜로 불린다. 알파벳 이니셜 뒤켠에 숨어있는 남자,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남자, 서툰 외국어로 교환되는 사랑, 혼수상태 직전까지 그녀를 비워버리는 현기증 나는 정사, 이것은 결국 생의 추락으로부터 생존해보려는 "삶을 향한 아양의 일부"라는 것이 소설 '에덴 광장'을 통한 로이폴드의 분석이다.

2000년 11월 11일 오스트리아 동알프스 산맥 카프룬 터널에서 스키열차 화재가 발생, 155명의 스키 여행자가 삽시간에 터널 속에서 소사했다. 카프룬 재앙으로 불리는 이 사고를 소재로 옐리넥이 쓴 세 편의 희곡 중 한 편이 바로 '알프스 도정에서'이다. "우리 산 자들은 결국 시체더미로 이루어진 저주의 산맥 위에 거처를 마련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이 작품을 통한 그녀의 메시지이다.

2년 전 1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재앙의 장소는 1950년대 이미 발전소 건설을 위해 공식적으로 160명의 사망자를 냈던 비극의 장소였다. 물론 그 이전 이미 나치에 의해 강제노동으로 사망한 수많은 유대인들의 원혼은 제외된 것이다. 지하세계에 있는 한 협곡정류장에서 항소심을 기다리는 죽은 자들은 한 죽은 소년의 발언을 통해 재앙에 이렇게 시비를 건다.

"이 화덕은 순식간에 나와 함께 다른 155명을 먹어치웠죠. 그러나 그것이 그 이전에 이미 더 많은 사람을 해치웠다는 것이 먼저 증명되어야만 난 이 횡사를 수락할 수 있습니다." 이 희곡은 지난주 스위스 취리히 극장에서 저명한 연출가 크리스토프 바탈러에 의해 초연됐다. 피아 양케가 쓴 옐리넥 문학에 대한 혹독한 분석 '둥지를 더럽히는 여인'도 오스트리아에서 막 출판되어 문제 작가 옐리넥에 대한 가치있는 논쟁을 더하고 있다. 어떻든 하이데거의 말대로 책이란 '인간 세대가 수천 년 세월을 한결같이 언어를 주물러 만들어 낸 황금 꿀통'인 것은 사실이다.

강유일 소설가 독일 라이프치히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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