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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드십-친구네 집에 가는 길은 먼 법이 없다 /제2의 나, 그 이름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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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드십-친구네 집에 가는 길은 먼 법이 없다 /제2의 나, 그 이름은 친구

입력
2002.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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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옮김·이레 발행· 1만 5,000원애인에게 또 다른 애인을 소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 내 친구야. 둘이 잘 지내." 이런 말은 가능하다. 사랑만큼 격정적이지 않지만, 우정은 보다 자유롭고 너그럽다. 사랑은 타자에 자신의 존재를 이입하는 독점적 방식이지만. 우정은 자아와 타자가 느슨하게, 그리고 길게 연대한다.

'FRIENDSHIP'은 뉴질랜드의 대규모 사진 공모전인 M.I.L.K(Moments Of Intimacy, Laughter, And Kinship) 프로젝트 응모작 중 추려낸 사진 작품 100여 점과 우정에 관한 격언과 금언을 모은 사진집이다. 부제 '친구네 집에 가는 길은 먼 법이 없다'는 덴마크 속담. 사진과 함께 실린 금언은 시인 정현종씨가 번역했다.

친밀함, 웃음, 가족애의 순간은 우선 동질성에서 온다. 나이가 같아도 그저 동년배란 이유만으로 둘은 친구가 될 수 있고, 아이들은 입은 옷과 살색이 달라도 그대로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래서 키케로는 "친구는, 늘 그랬듯이, 제 2의 나"라고 말했다. 제 입에 들어갔던 맛있는 아이스 바를 옆에 있는 친구 입에 한 번 넣어주는 것, 할머니들끼리 둘러 앉아 담배를 나눠 피우는 순간, 칼릴 지브란은 '우정의 단 맛 속에 웃음과 즐거움 나누기 있을진저'라고 읊었다.

공습을 받아 폐허가 된 베이루트에서 그네를 타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비로소 긴장이 친밀함 속으로 용해되는 순간이다. 브라질의 구두닦이 꼬마, 물 속에 뛰어든 인도 아이들, 친구의 임종을 지키는 베트남 여인의 차분하고도 서러운 눈빛, 그 모든 것이 우정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

그래서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얘기했다. '내 앞으로 걸어가지 마라. 나는 따라가지 않을 테니. 내 뒤를 따라오지 마라, 나는 이끌지 않을 테니. 내 옆에서 걸으면서 친구가 되어다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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