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어제 발표됨으로써 올해 노벨상 발표가 마무리됐다. 한국인의 이름은 어느 부문에도 없었다. 재작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해 이 상에 대한 기대와 친숙도가 더 커진 우리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특히 올해에는 일본인들이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받아 부러움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일본인들은 이로써 통산 12번째 노벨상을 받았으며 3년 연속 과학부문에서 수상자를 내는 영예를 얻었다. 인문분야는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지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줄기차게 수상자를 냄으로써 일본과학은 세계 일류라는 공인을 받았다. 국가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도 더 높아졌다.
일본 정부는 6년 전부터 50년 안에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다는 목표 아래 5년 단위의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추진하면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왔다. "노벨상이 올림픽 금메달 따듯 하는 거냐"는 비판 속에서도 우리와 비교가 안될 만큼 영재 육성과 기초과학 진흥에 힘을 쏟고 있다. 개인의 노력과 열성이 결정적 수상요인이지만, 화학상 수상자가 소속된 회사만 해도 130년에 가까운 기초연구의 축적이 있었다.
우리가 부끄러운 것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는 점 말고도 이미 받은 상에 대한 시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상을 받기 위해 로비와 기획을 했다고 폭로하고, 이에 대해 상을 주지 못하게 하는 역로비가 있었다고 맞받아치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해괴하고 우스운 일일 것이다. 이번 화학상 수상자는 학사 출신 무명의 회사원이다. 꾸준히 한 우물을 파면 세상이 알아 주기 마련이지만, 문학분야에 탁월한 번역과 해외 홍보가 절실하듯 모든 상은 업적을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사람을 키우고 연구를 진흥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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