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E. 스티글리츠 지음·송철복 옮김/세종연구원 발행·1만 8,000원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촌 곳곳에서 격렬한 저항에 부닥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화 반대론자들은 세계화를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가 개도국에 일방적인 정책을 강요함으로써 개도국 경제와 빈민층을 더욱 벼랑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E. 스티글리츠(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화가 개도국 특히 빈민층을 황폐화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러시아가 시장경제로 전환하던 시기에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정책자문위원회 의장이었고, 1997년 말 동아시아 발 세계 금융위기 때 세계은행 부총재로 일해 세계화의 과정과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다. 그의 비판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고 생생하다.
그는 세계화 자체는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 잠재력을 지녔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나라에 만병통치식 똑같은 정책을 강요하는 지금의 방식은 바뀌어야 하며, 특히 막후협상과 비밀주의로 돌아가는 선진국 중심 세계기구의 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IMF 등이 동아시아와 러시아, 동유럽, 남미 등에 처방한 세계화 정책의 실패를 고발하고 있다. 예컨대 IMF의 충격요법을 따른 러시아의 경제 전환은 이 나라를 빚더미에 깔린 빈털터리로 만든 반면, 긴축을 요구하는 IMF의 압력을 거부하고 인플레이션을 20% 선에서 유지하면서 점진적 개혁을 추진한 폴란드는 동구 경제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동아시아 경제 위기와 관련해 IMF 구제금융을 겪은 한국의 사례도 언급되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한국이 IMF 터널을 2년 만에 빠르게 벗어난 것은 IMF의 주문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한국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은 IMF의 요구와 반대로 정부가 적극 나서 이를 진행시켰으며, 반도체 생산의 과잉설비를 줄이라는 요구도 거부해 반도체 산업이 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됐다고 진단한다.
시종 온건하면서도 치밀하게 논리적으로 쓰여진 이 책에서 스티클리츠가 가장 강조하는 바는 IMF 등 세계경제기구의 개혁이다.
그는 이들 기구의 정책결정 과정이 비민주적이며 선진국과 부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개도국과 빈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쪽으로 이들 기구의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2년 미국서 나온 신간.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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