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금 제54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참관중입니다. 세계 최대라는 명성에 걸맞게 행사장의 규모는 엄청납니다. 110개국에서 6,284개 출판사ㆍ서적상이 참가했다니 ‘책의 올림픽’이라 할 만합니다. 그러나 전시관을 둘러본 참관자들은 “올해는 너무 한산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몇 년 연속 참가한 출판인은 “지난 해도 그 전 해보다는 줄어서 9ㆍ11 테러의 여파려니 생각했는데 올해도 이런 것을 보니 꼭 외부적인 요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원래 도서전은 각국의 출판사가 자신있는 책을 들고 한자리에 모여 판권 계약을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부수적으로 출판인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문화 행사를 열기도 합니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목적은 점점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보다 참가사가 5.8%나 줄었고 특별한 테마도 없으며 행사에서도 흥이 나지 않아 보입니다. 도서전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물론 도서전 관계자들은 개최국 독일의 경제 불황이 도서전 위축을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자에게는 앞으로 경제가 회복돼도 도서전의 사정이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별도로 만나지 않고도 누가 어떤 내용의 책을 냈는지 쉽게 알 수 있고 판권 계약 역시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도서전에 참가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전에는 다른 나라 출판사로부터 우편으로 책을 받아 내용을 보고 판권 계약을 했는데 지금은 인터넷과 이 메일로 내용을 파악한다”며 “비용 들여가며 도서전에 모이는 출판인은 줄어들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또 다른 출판인도 “전에는 전 세계 출판 판권 계약의 4분의 1 가량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이뤄졌는데 올해는 못 미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인터넷 기술이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우리 책을 세계에 알리는 데는 기술적으로 매우 앞서 있습니다. 우리 책을 외국어로 번역, 전세계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하는 등 하기에 따라 매우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위축이 기자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의 특혜를 백분 누리려면 더 좋은 책이 나오고 그걸 외국어로 소개하는 콘텐츠가 먼저 구비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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