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하원이 맥빠진 토론 끝에 10일과 11일 대 이라크 군사행동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함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정권 축출을 위한 '전쟁 대권(大權)'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부시 대통령은 미 역사상 세번째로 의회의 강력한 지원 하에 언제든지 전쟁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국내적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유엔의 결의안 승인이라는 치장 수순이 남아 있지만 미국의 일방적 무력 사용에 이견을 보여 온 러시아, 프랑스 등이 입장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대외적 명분을 확보하는 것 또한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지도자가 2일 백악관에서 이라크 결의안에 대한 초당적 합의 입장을 발표할 때부터 하원의 압도적 승인은 충분히 예견됐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결국 무력 사용 전 외교적 수단을 강구하고 전쟁 개시 후 60일마다 의회에 보고토록 하는 어렵지 않은 의무를 부시에게 지우고 1964년 베트남전 개시를 위한 통킹만 공격 결의 이후 대통령에게 가장 광범위하고 유연한 군사작전 권한을 부여하는 데 동의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 "의회가 가장 중대한 의무를 가장 수박겉핥기 식으로 처리했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전쟁 결의안 통과 문제로 11월 5일 중간선거의 이슈를 잠식당하자 경제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결의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데 협조했다
하원보다는 진통이 있었지만 11일 상원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상원(찬성 77, 반대 23), 하원(찬성 296, 반대 133)의 표결 결과는 걸프전 당시의 상원(찬성 52, 반대 47), 하원(찬성 250, 반대 183) 표결과 비교할 때 부시 대통령의 큰 정치적 승리를 의미한다.
부시는 이번 표결을 통해 광범위한 국내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과시함으로써 유엔의 전쟁 결의안 승인을 목표로 국제사회에 대한 협조와 압력의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하원 결의안 통과 직후 "유엔이 이라크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시간은 수개월이 아니라, 단지 수일이나 수주뿐"이라고 밝혀 더욱 강도 높게 유엔 결의안 통과를 밀어붙일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우리는 이번 표결 결과에 놀라지 않았으며 미국의 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군의 공격에 맞서 한 시간 내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맞섰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