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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진정한 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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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진정한 내조

입력
2002.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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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백악관에서 개최한 문학사랑방 행사에 반골 인사들이 대거 초청됐다는 기사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렸다. 부시 여사의 문학사랑방은 미국 문학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심포지엄 형태로 다루며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세 차례 개최됐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협박'이라고 공격했던 흑인 전기작가가 기조연설을 부탁받았고, 부시의 경제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접근방식을 '선사시대 혈거인 수준'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작가도 초대됐다.■ 철저한 반 부시 성향인 이들은 뜻밖의 초대에 놀라 백악관에 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내가 그토록 반대했던 백악관에 이처럼 우아한 걸음으로 들어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로라 여사는 "미국 문학에 정치적 요소는 전혀 없다"며 "소속 정파와 관계없이 누구나 미국 문학을 좋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들이 남편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음은 물론 신랄한 반대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로라 여사 기사를 보도한 신문이 뉴욕타임스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 매파들은 부시에 비판적 논조를 확실히 하고 있는 이 신문을 아예 '좌파 신문'이라고 매도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 부시의 외교정책과 환경정책 등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로라 여사에 대해서는 결혼하기 전부터 확립하고 있던 자신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라 여사는 처녀 때 교사와 도서관 사서를 지냈다.

■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 부인들의 활동상이 시시콜콜 보도되고 있다. 남편의 시장 방문에 동행해 상인들과의 대화를 거들거나, 남편 대신 사회단체행사나 종교행사에 나가는 등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자택을 개방할 때는 음식을 만들어 기자들을 대접하고, 남편의 옷 매무새를 바로잡아 주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소속당 부인 연찬회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가 구설수에 휩싸인 경우도 있었다. 어느 경우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남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내조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퍼스트 레이디 지망생들도 스스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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