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 경영진과 편집국 간부의 성향 분석 및 편집 방향, 접근 방안 등을 담은 한나라당의 언론대책 문건이 10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인터넷 신문인 '오마이 뉴스'는 이날 한나라당 박주천(朴柱千) 의원이 9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 대선기본계획 보고회의에서 이 문건을 보고 있는 사진을 일부 내용과 함께 보도했다.
'한국일보 성향 및 접근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한국일보 장재구(張在九) 회장, 윤국병(尹國炳) 사장, 최규식(崔奎植) 편집국장의 약력과 정치 성향 등을 분석해 놓았다. 문건은 이어 "한국일보사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경영난 타개를 위해 친 DJ논조를 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영(張基榮) 사주의 차남인 장 회장이 한국일보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며 "특히 장재국(張在國) 전 회장 구속 이후 사내 장악력이 더욱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 문건의 폭로로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언론공략 대책을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문건의 사진으로는 한국일보 대책 관련 부분을 판독할 수 없어 그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날 "이회창 대통령후보가 참석한 회의의 참석자가 이 문건을 들고 있었다는 것은 언론공작의 지휘자가 이 후보라는 증거"라며 "한나라당은 한국일보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을 '적대적', '우호적'으로 분류해 만든 언론대책을 실행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이 작성한 문건이 아니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신경식(辛卿植) 대선기획단장은 "문제의 회의에서 그런 문건을 본 적도 없고 한국일보 문제가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종구(李鍾九) 후보 공보특보는 "공개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일 이런 문건을 만든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한국일보는 물론 어떤 언론사 대책 문건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건을 갖고 있던 박 의원은 "문제의 문건은 과거 한국일보사 업무부에 근무했던 친구 서모씨가 미국에서 잠시 귀국해 '한국일보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사내 사정을 잘 안다'며 건네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전달 받은 문건은 1부뿐이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어서 읽은 뒤 파기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한나라당이 한국일보 논조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문건을 작성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한나라당에 항의한 뒤 "한국일보는 앞으로도 어떤 외부의 영향력 행사 기도에 흔들리지 않고 정정당당한 보도, 불편부당의 자세를 강조하는 사시에 따라 엄정 중립의 객관적 보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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